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ripza Nov 20. 2022

Haushalt

혼자 산 것도 한국와 독일의 시간을 합해서 거의 3년이 됐다. 취업 전까지는 집 밖에 나와 산 적이 없어서 남들보다는 적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혼자 살게되면 당연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집안일을 해결해야 한다. 청소와 빨래와 음식과... 기타 대부분의 노동들.

수원의 전세집에 혼자 살면서 느낀 것은 나는 청소와 빨래는 좋아하지만 다림질은 별로였고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걸 제일 싫어했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장비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을 난 선호했던 것 같다. 음식물쓰레기는 더럽고 냄새나는 것을 만져야 한다는 것에서 싫어하긴 했지만. 다림질은 잘 못했기도 했고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큰맘 먹고 무선 스팀 다리미를 샀지만, 몇 번 쓰고 나서 바닥에 떨어뜨렸고 그래서 물을 담는 부분이 깨져버려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독일에 와서도 집안일은 계속된다. 요령이 늘어서일진 모르겠지만 가끔은 집안인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을 짜는일이 신나기도 하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노동이고, 할 일은 널려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나의 효율성이 발휘된다. 예컨데 어떻게 일을 병렬적으로 연결하면 최소 동선과 최소 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 혹은 몇 끼를 더 먹고 식기세척기를 돌려야 식기와 집기가 부족해지지 않을지에 대한 것. 

한편으론 음식 하는 솜씨도 늘은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한다기 보단, 간단한 요리만 할 줄 알다가 점점 레벨을 높이고 있달까. 물론 내기준에서. 독일에서 살고있는 다른 사람들의 음식을 보면 어떤 이는 나보다 훨씬 다양한 한식이나 양식을 해먹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엄마가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엄마는 이걸 30년 넘게 해왔다. 아무 군소리 없이. 어쩌면 속으로는 지긋지긋하고 (당연히 일려나) 하고 싶지 않을 때도 태반이었겠고, 무엇보다도 이걸 한다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한 명이 혼자 살면서 할 일도 이렇게 많은데, 보통의 4인 가족의, 15~30평형 쯤 되는 집에서 산출되는 집안일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리고, 지금보다 장비가 안 좋았던 예전에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나도 요새 어깨가 조금씩 아파지는 것 같다. 근육을 길려야 하는데, 의식하지 않으면 근력운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오송집에 가면 엄마는 거실의 소파에 거의 늘 누워있었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똑바로 앉으라고 하거나 운동을 하라고 말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엄마도 그럴 시간이 없었던 거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던 분도 아니었고, 그 시절의 여자들은 더더욱 체육과는 거리가 멀었을 테니. 그래도 출국 전에 동생과 말해 필라테스를 끊어드렸고, 지금도 계속해서 동생과 나가시는 것 같다. 얼마전 통화를 했을 땐 운동을 하고 오면 다리가 덜덜 떨릴때가 있다고 엄마는 말했다. 그렇다면, 운동이 잘 되고 있다는 소리다. 


여행을 갔다오고 나를 기다리는 건 또 다시 집안일이다. 밀린 빨래를 하고,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는 대신 내가 스스로 해먹고 식기를 닦는다. 다음주는 또 무엇을 해먹을지, 마트에가서는 어떤게 얼마나 값이 올랐는지도 체크하곤 한다. 그래도 아직 쓰레기 버리기는 귀찮고 싫다. 그래도 어쩌겠어. 쓰레기가 스스로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쓰레기를 연구하는 박사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식기세척기나 건조기 같은 신박한 기계를 발명해주길 바랄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Verspätun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