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TestDaF준비반 사람들을 만났다. 선생님이었던 Andreas와 학생이었던 터키인 Ege와 브라질리언 Janke. 사실 보기전까지 가슴졸였다. 금요일날 여섯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왓츠앱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고 약속장소였던 음식점에서 나홀도 30분을 기다렸다. 다행히 하나둘 씩 도착했고, 코리안타임보다 한 술 더 뜬 외국인타임에 익숙해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선메뉴로 시킨 Eisbein은 무척이나 맛있었고, 겨울에 먹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란 것을 깨달았다. 겉바속촉인 슈바인학센과는 다르게, 아이스바인은 좀 더 따뜻한 족발에 가까웠고, 서빙을 받을 때 음식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저녁을 먹고는 Bar로 향했다. 원래 호텔 1층에 있는, Andreas가 반값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으나 중간에 그가 다른 Bar도 가볼 생각이 있냐며 물었고 우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과일 향이 나는 Schnapps한 잔 씩을 시키고 난생 처음으로 테이블 축구를 했다. (대충 손잡이를 이용하여 가운데 놓인 목각인형들을 조종하는, 술집에 많이 구비된 그 게임) 축구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Andreas는 그의 나이 짬 답게 엄청나게 그것을 잘 했고, 난 깍두기였다. 결국 나도 몇 번의 골맛을 봤다. 하지만 경기는 모두 졌다...
합석한 테이블에는 왠 독일 아저씨가 프랑스 책을 읽고 있었는데, Andreas와는 구면인 것 같았다. 내가 자리에 앉아 그는 이것저것 나에게 물었고 나는 대답했다. 그도 프랑스어를 혼자 배우는 중인데 연습이 중요하다고 내게 일러줬다. 그렇게 몇 십분 얘기를 하다가 Ege는 매일 있는 수학교습 때문에 자리를 떴고, 우리 세명은 다시 본래의 목적지로 향했다.
Kaminbar에서 우리는 새로운 술을 마셨다. Andreas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는 겨울이 되면 이 bar에서 특수한 Liquar를 만든다고 했다. 고기 기름을 사용해서 알콜의 향을 더 깊게 만들어주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매번 시키던 Old Fachioned를 그 술을 사용해서 만든 것을 마셨더니, 확실히 더 깊은 맛이 났다. 오렌지향도 더 세게 났고, 훨씬 더 맛있었다. 옆 테이블엔 독일로 연수를 온 덴마크 독일어선생들이 있었는데, Andreas는 그들에게도 그 술을 맛보게 했다. 하지만 나이대가 높았는지 오직 한 명만 그 것을 시켰다.
그날은 굉장히 오랫동안 바에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기억에 남는건 베를린이 실험실이라는 것. Andreas는 나에게 베를린에 살고 있다면, 아침에 알람을 맞춰 일찍 일어나는 일 따위는 버리고, 늦게 일어나서 베를린의 밤을 즐기라고 했다. 아니, 베를린의 밤을 충분히 즐기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도 괜찮다고. 여기에는 매력적인 클럽들이 많고 분위기 좋은 바도 많다고. 매일 밤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했다. 내가 베를린에 오고나서 느끼는 허전함도 그런곳에서 오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가 말한 정 반대의 삶을 육개월 동안 지속하고 있었다.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난다. 오전에 독일어공부를 한다. 또는 운동을 한다. 점심을 먹고 학원에 간다. 저녁 약속이 있으면 만나고 10시전에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잔다. 그는 나에게 이런 것을 추천했다. 바에 가서 본인 일을 한다. Andreas의 경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거기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책을 읽는 것도 좋다. 그렇게 며칠을 반복하다보면 누군가는 말을 걸고, 바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재밌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고, 그것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나는 어떻게 보면 효율적으로만 움직이려고 했다. 돈을 아끼고, 쓸데없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에 공부를 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었다. 밖에 잘 안나가다 보니 외국인 친구도 (거의)없고, 독일인 친구는 더더욱 없었다. 외국인 친구도 어학원에서 본 사람들이 전부다. 그래서 나의 독일어는 아직 어학원 독일어고, 독일사람이 들으면 나는 마치 로봇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을 쓰는 오늘, 월요일은 그가 말한 실험을 슬슬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의 가설이 나에게도 맞을까? 오랜만에 집중반 수업은 재밌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되지. 주중과 주말에 한 번씩은 집 근처의 바를 돌아다니면서 저녁을 느껴볼 생각이다. 어차피 집에 있으면 숙제하고 씻고 인터넷 하다가 잠들 뿐이니까. (거의)영하의 온도와 시작된 나의 2학기는 좀 더 실험적인 것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