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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Jan 19. 2023

Sätze des Tages

- 어젯밤에는 꿈을 꿨다. 사실, 매일 꿈을 꾸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제의 꿈에서 나는 서울에 있었고,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나는 예전 집이 있던 금호역에서 3호선을 탔고, 목적지는 충무로였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졸렸고, 역을 지나처버려서 안국에서 내렸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에도 잠들어버렸고 다시 깨어보니 신사역이었다. 그 다음엔 종로3가, 그 다음엔 압구정... 결국 나는 충무로에 다다르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왜 나는 충무로에 가닿을 수 없었을까? 그러나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마치 계산을 거듭할 때 마다 해에 가까워지는 방정식의 풀이법이나 시뮬레이션의 계산법처럼 나는 어딘가로 수렴해간다. 


- 저번 주말에 집에 전화했을 때, 엄마는 동생이 직장친구들-정확히 말하자면 일부는 퇴사한-과 1박2일로 놀러갔다고 했다. 대학교 때 MT도 한 번도 안가본 애였기에 이제와서라도 그런 모임을 가진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생의 MT 첫 날은 나의 생일이기도 했고, 동생은 한국시간으로 15일이 되자 나에게 생일축하 문자를 보냈다. 동생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제 회사에 자신의 동기가 없다고. 동생은 3년 전 쯤 오송 생명과학 단지에 있는 한 회사에 입사했다. 규모가 아주 큰 곳은 아니여서 동기가 많진 않았지만, 슬금슬금 한 사람씩 그만 두었고, 얼마전에는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말했다. 동생도 고민을 했지만, 상위고과를 받은 사람이라 대상자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 5층 집 창가에서 외부를 바라보았을 때, 잎사귀가 다 떨어진 나무 위에 까마귀 두 마리가 앉아있었다. 이윽고 그 중 한마리가 울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까마귀는 온 몸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까악-하는 소리를 냈다. 울음소리라는 건 성대를 떠는 간단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종류의 조류, 그리고 그 조류의 어떤 개체에게는 그 행동이 엄청나게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2주 간 여행을 갔다오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창틀이 왠지 모르게 더러워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저 먼지가 쌓였겠거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어수업에서 '집에 문제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표현'을 배우고 나서, 창틀에 있던 그 검은 물체들이 곰팡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마트에서 곰팡이 제거제를 샀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뿌리고, 솔도 빡빡민다. 그리고 환기를 한다. 곰팡이가 잘 안지워지겠지, 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러나, 제거제를 뿌리고 20분 후, 그것은 키친타올로도 손쉽게 제거됐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의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나 센 화학물질을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싸게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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