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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Jan 20. 2023

2 x 2

새롭게 본 영화에서 이전 영화의 향기를 느끼다

1. 탕웨이와 초록


<헤어질 결심>을 드디어 봤다. 독일에서의 개봉은 2월 초인데, 다행히도 그전에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나는 그것을 단숨에 봤고 서래의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을 곱씹어보면서, 박찬욱 감독은 평범하지 않은 관계 사이에 싹튼 사랑을 보편적인 가치로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상대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 내 사랑의 시작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랑의 영속을 위해서 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해준과 서래의 이포에서의 두 번째 만남, 그때 서래가 입고 있던 초록색 원피스는 자꾸 <지구 최후의 밤>에서 역시 탕웨이가 입고 나왔던 초록색 원피스를 떠올리게 했다. 파랑과 초록이 적절히 배합된, 그러면서도 빛이 반사되면서 은은한 빛을 담아내는 그 짙은 색은 어떤 감정에 대한 깊이를 느끼게 하면서 각 영화에서의 탕웨이가 맡았던 두 주인공의 신비스러움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다시 <지구 최후의 밤>을 다시 보았다. 마침내.



2. 시간 속으로의 여행과 눈물



생일 전날 밤, 이창동감독의 <박하사탕>을 봤다. <버닝>을 제외하고 아직 그의 영화를 본 적은 없었다가 이제야 두 번째 영화를 봤다. 밀레니엄에 개봉한 이 영화는 20년이 넘는 시간 간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와닿는 것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좋은 한국영화를 보았고, 아직 보지 않은 그의 영화가 많다는 것에 감사했다. 영호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마치 <메멘토>처럼 시간 순서로는 뒤에 일어난 일을 극에서는 앞에 배치함으로써 관객에게 자꾸 질문을 던졌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심리적인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박하사탕만의 특이함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그저 편집의 결과물이 아니라 '영호'와 그를 보고 있는 관객이 모두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0년 후의 영호가 20년 전의 그 장소까지 왔을 때, 잠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철도 아래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역설적이게도 그가 다시 돌아가야 할 어두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마치 기억처럼 작용하는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영호의 모습은 페촐트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옐라>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 역시 그녀에게 주어진 여분의 인생을 (혹은 상상) 망치면서 다시 현재(이거나 재현되는 시간 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녀는 죽음을 피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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