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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r 15. 2023

73'Berlinale : 3

*관람한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l rostro de la medusa(The Face of the Jellyfish)>, <Past Lives>, <明天比昨天長久(Tomorrow Is a Long Time)>


대학원 원서 준비로 인하여 업로드가 조금 늦어졌다. 이번 편에서는 2~3일 차에 봤던 영화들에 대한 리뷰를 작성했다. 


3. <El rostro de la medusa(The Face of the Jellyfish> / Melisa Liebenthal  / Forum / 아르헨티나 2022

(2월 19일 21:00 Delphi Filmfest)



동물원 역 (Zoologischergarten) 근처에 있던 극장에서 나는 세 번째 영화를 봤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스틸컷이 마음에 들었었고, 곧이어 올라온 예고편의 구성도 흥미로웠다. 결국 이 영화는 지난 영화제를 되돌아봤을 때 22편의 영화 중에 Top5를 뽑으면 들어가는 작품이 됐다.

영화는 릴케의 시를 인용하며 시작된다. 화면에서는 동물이 관객을 쳐다보고, 곧이어 신의 얼굴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렸다는(부은 게 아닌) 주장을 하는 여자가 병원에서 의사에게 하소연한다. 사실 얼굴이 바뀐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나 여기에서는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윽고 영화는 '얼굴'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 얼굴(재미있게도, 극 중에서 주인공이 계속 주장하는 자신의 '과거얼굴'은 감독 자신의 것이었다.)을 찾기 위해 가족앨범을 뒤지고, 남자친구를 피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떠한 포인트에서는 그것을 이용하여 대담한 행동을 한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재미있는 영상들이 들어가 있었다. 첫 번째는 동물원에서 동물들의 얼굴을 찍은 영상이고, 두 번째는 스틸컷에서 본 여러 얼굴이 뒤섞인 사진들, 그리고 주인공, 그리고 동물들의 얼굴이 나오고 그것을 어떤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듯한 영상이 그것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얼굴을 지문으로 인식하여 선으로 잇는 '얼굴 인식'의 과정은 우리가 보통은 얼굴이 없다고 생각하는 '해파리'에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75분 남짓으로 짧았고, 서사는 압축적이었다. 그래서 머릿속에 여러 이미지들이 질서 정연하게 나열되고, 영화를 보는 도중,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그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 뒤이어 이어진 GV에서는 감독의 말들을 좀 더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시간 또한 영화처럼 재밌었다. 


감독은 이 주제를 17년도부터 떠오리 탐구했다고 한다. 중간에 있는 영상들은 여행을 다니면서 감독이 찍었던 것들이며, 사회자는 거기에 극장 바로 근처에 있는 베를린 동물원도 있는 것을 반가워했다. 여하튼, 얼굴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얼굴은 있지만, 얼굴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개체가 마주 보아야 한다고 했다. 서로의 얼굴을 서로가 확인할 때 그것이 받아들인다는 것. Encounter (베를린 영화제의 한 섹션이 아니라 '마주친다는 것'의 의미로서)가 발생해야 그다음이 이루어진다. 해파리가 얼굴이 없다는 편견은 오히려 가능성으로 생각했고, 그것을 영화 제목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엔딩장면이 사뭇 의미심장한데, 관객이 줄어보니 사실 영화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막 찍은 거라고 했다. 그래서 모두들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영화에 어울리는 결말이라고 나와 다른 관객들이 생각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중에 디지털로던 DVD든 꼭 구하고 싶다. 여담으로, Delphi Filmfest에서는 영화의 시작 전에 포스터를 걸어놓는데, 이 영화의 포스터는 구하지 못했는지 직원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귀여운 포스터가 있었다. 이것도 재미다. 



4. <Past Lives> / Celine Song / Wettbewerb / 미국 2022

(2월 20일 10:00 Cubix 9)



이번 영화제에서 첫 번째로 본 경쟁작부문 작품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후일담으로 말하자면, 시상식 날 페촐트의 <Roter Himmel>이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황금곰상 만을 남겨두고 있었고, 나는 마음속으로 이 영화가 상을 받기를 기도했다. 어쩌다 보니 수상작들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나의 취향으로는) 이것 이상 좋은 느낌을 받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황금곰상을 받은 영화들의 결과 <Past Lives>의 그것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이미 유태오배우가 나온다는 점과,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유명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관객석 중간중간 한국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한국어 대사로 이루어진 장면이 많다 보니 나의 문화적인 배경으로 인하여 영화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좋게 느껴진 걸지도. 그래서 영어와 독일어를 더더욱 잘하고 싶다. 적어도 영어와 독일어 영어는 자막이 없어도 한국어영화와 동일한 출발선에서 비교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에.



영화는 20년 전 초등학교 때 친했던 두 남녀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면서 둘 사이에 있었던 교류와 마침내 남자가 뉴욕으로 찾아오면서 생긴 일들을 다룬다. 이제는 외국인이 다 되어버린 과거의 여자아이를 보면서, 그리고 반대로 한국에서만 자란 '한국남자'가 되어버린 남자아이를 보면서 두 주인공은 만감이 교차한다. 감독의 인터뷰를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는데, 감독 역시 어릴 때 캐나다로 이주한 것으로 보아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이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 큰 역할을 한 것 같았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연'. 동아시아가 불교권에 속하다 보니, 환생과 같은 불교적 의미가 담긴 개념들을 일상언어에도 많이 쓰기 마련인데, 감독을 그것을 끌고 들어와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사용했다. 한국인이라면 필연적으로, (필연이라는 말도 인연과 '연'을 같이한다.) 나와 상대방의 만남을 운명론적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이것이 우리의 전생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영화가 점점 종반부로 나아갈수록, 주인공들의 상황과 이 '인연'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며 묵직한 감정이 받쳐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타국에 사는 이민자들에 대한 영화가 나오면,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나올 때가 많은데, <Past Lives>는 그런 것을 다루지 않아서 특별했던 것 같다. 관계라는 개념과 의미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컨대, 1) 내가 가진 관계 2) 내가 가졌던 관계 3) 내가 가질 수 없는 관계 등등.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것은 내가 작년 연말 뉴욕에 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극 중에서 남자주인공이 뉴욕에 처음 갔었던 것처럼 나도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의 동선이 나와 겹치며 나의 기억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인 나영(Nora)은 총 세 번 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모두 달랐고, 나중에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이것을 기억하고 그녀가 운 이유를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면 좀 더 재밌게 감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 <明天比昨天長久(Tomorrow Is a Long Time)> / Jow Zhi Wei / Generation 14 plus / 싱가포르, 타이완, 프랑스, 포르투갈 2022

(2월 20일 18:45 Cubix 8)



어학원이 끝나고 대충 빵을 사 먹고 또 온 Cubix... 이번엔 다른 관으로 향하여 싱가포르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제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해당하는 Generation섹션에서 고른 이 영화.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지루했다. 조금 더 짧게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영어 제목에 들어가 있는 Long Time을 생각해 본다면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것도 아닐까 싶고...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은 둘 모두 폭력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아버지는 직업적으로 폭력적인 곳에서, 아들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위치다. 이들에게는 모두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데, 이 일을 다루는 방식에서 부자(父子)가 다른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이후의 장면들에서 두 인물의 결과로 갈린다. 한 명은 눈앞에 있는 사고 혹은 문제를 방치하면서 점점 수렁으로 빠지고, 다른 이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성장하며 마침내 휴식을 하게 된다. 



싱가포르의 정글 내지는 숲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신비로웠고(중간에 원숭이들도 나와서 놀랐다.) 돼지인지 개미핥기를 닮은 동물도 중요한 객체로 나오는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선 감독이 말을 들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3일 차 끝.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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