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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y 13. 2023

73'Berlinale : 5

*관람한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Music> / <台風クラブ (Typhoon Club/태풍클럽)> / <물 안에서> / <길복순>


밀릴 만큼 밀려버린 영화제 후기... 5


7. <Music> / Angela Schanelec / Wettbewerb / 독일, 세르비아, 프랑스 2023

(2월 22일 10:00 Cubix 9)



소년은 어떤 이를 죽이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이윽고 그곳에서 음악을 통해 사랑이 싹튼다. 클래식을 매개로 시간은 흐르고 소년의 아내가 된 교도관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아내는 자신이 예전에 사랑했던 (혹은 알았던) 이의 죽음이 자신의 남편임을 깨닫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제 어른이 된 소년은 아이들을 데리고 베를린으로 오고 또다시 죽음을 목격한다. 



영화는 잔잔하지만 강렬한 사건들이 연속됐던 것 같다. 보통 그 강력함은 어떤 이의 죽음으로 이루어지고, 그 죽음엔 항상 음악이 진행된다. 오이디푸스 신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작성되었다고 하는데, 아내의 죽음은 그런 면에서 비극적이다. 


8. <台風クラブ (Typhoon Club/태풍클럽)> / Shinji Sōmai / Retrospektive / 일본 1985

(2월 22일 13:00 Cubix 6)



이날은 어학원을 빠지고 하루종일 여행을 봤고, 소마이 신지 감독의 고전작 <태풍 클럽>이 나의 두 번째 영화였다. 태풍이 다가올수록 점점 미쳐가는 학생들과 주위 상황들을 남았다.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성적인, 폭력적인 비행은 점점 절정으로 이른다. 

태풍의 눈에 이르러서는 더 큰 광기가 일어나, 학교에 남은 아이들은 모두 속옷만 입은 채 밖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담배를 피우고, 살인에 준하는 장난을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1985년이라는 배경을 생각해 봐도, 그 시절에 어린 배우들로 이런 촬영을 어떻게 해냈는지(?) 궁금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 한 소년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소멸이 답이라고 말하는 반면, 이 영화에서 선생님이라고 하는 사람은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소동이 끝나고, 이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영화는 그것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참고로 이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Retrospektive'섹션을 위해 추천한 작품이다. 시작 전에 그가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들을 수 있었고, 소마이 신지 감독이 외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매우 아쉽다고 했다. 


9. <물 안에서> / 홍상수 / Encounters / 한국 2023 

(2월 22일 17:00 Akademie der Künste)



현대미술 전시로도 몇 번 와본 Akademie der Künsted에서 베를린이 사랑? 하는 홍상수 감독의 <물 안에서>가 처음으로 (월드 프리미어) 상영됐다. 홍상수를 좋아하는 Jorge와는 미리 약속을 해서 보기로 했었고, 어찌어찌 인터넷에서 물안에서를 본다는 사람이 있어서 세 명이서 만났다. 내가 중간에서 통역을... 하고, 곧 영화가 시작됐다. 나는 홍상수의 팬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물안에서>는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됐다. <탑>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물 안에서>는 감독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대로'영화를 만든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용은 제주도로 단편 영화를 찍으러 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였다. '영화 만들기'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들어갔다. Fokus out을 자주 썼는데, 그래서 나는 눈이 좀 아팠다. 무엇을 의도하려고 했는지는 알겠는데... 나의 감성으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월드 프리미어라서 감독과 배우들이 자리에 함께했고, 같이 온 두 명은 연신 사진을 찍었다. 

Jorge에게 영화를 보기 전에 홍상수에 관련된 책을 빌려줬다. 그는 두 달쯤 지나서 나에게 그 책을 다시 돌려줬다. 


10. <길복순> / 변성현 / Berlinale Special / 한국 2023

(2월 22일 21:30 Verti Music Hall)



그렇게 <물 안에서>를 보고 Jorge와는 헤어지고, 다시 다른 한국인 한 명을 만나 저녁을 먹고 Verti Music Hall로 향했다. 여기는 매우 거대했고 그래서 대규모 축제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실망했다. '킬러'라는 직업을 회사에 적용시키고, 첫 장면만 하더라도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영화가 길을 잃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큰 예산과 좋은 배우를 쓰면서 스토리가 이것밖에 뽑지 못한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악평을 받는 한국 영화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거의 두 시간 반정도 되는 영화였는데, 뒤로 갈수록 '언제 끝나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부녀관계 / 동성연애 / 학교폭력 / 사회비판 등 모든 주제를 다루려다가 결국 봉합되지 않고 완성된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인형'이 만들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그 주제들 사이의 무게중심이 맞지 않았고, 캐릭터 소모도 심했다고 생각한다. 때깔은 고우나 그것뿐이었던 아쉬운 영화. 


Verti Music Hall은 다음날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페촐트의 <Roter Himmel>을 상영하는 곳이기도 했고, 나는 이곳에 24시간도 안되어서 다시 오게 된다...



사진출처 : 베를린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및 www.critic.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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