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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y 20. 2023

73'Berlinale : 6

*관람한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Roter Himmel> / <When a Rocket Sits on the Launch Pad> 

<Mise à nu (Catching Birds)> / <To Write From Memory> 

<Madden> / <Hito> 


일주일 만에 쓰는 여섯 번째 리뷰


8. <Roter Himmel (Afire)> / Christian Petzold / Wettbewerb / 독일 2023

(2월 23일 09:00 Verti Music Hall)



기다리고 기다리면 페촐트의 신작을 베를린영화제에서 마주할 수 있었고, 나는 내가 예약할 수 있었던 가장 빠른 시간에 표를 예매했다. 아침 9시에, 집에서 40분쯤 가야 하는 곳 (사실 시간상으로 '어제' 저녁 <길복순>을 봤던 곳이기에 두 번째 방문이 됐었지만)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시작시간을 착각했고, 때문에 트램에서 내리자마자 음악홀로 뛰어가야 했다. 가는 도중에 나와 같은 목적으로 뛰는 사람들을 만났고, 서로가 서로를 추격하는 것처럼 거리가 좁혀졌다가 추월당했다가 넓어지는 식으로 (아마도) 잘 도착했다. 영화 시간이 거의 다 되었고, 지정석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자리가 몇 남지 않은 앞자리를 골라서 앉을 수밖에 없었고 영화는 이윽고 시작됐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공간을 마련하여 글을 쓸 예정이기 때문에, 감상으로 간단히만 말한다면, 코로나 기간에 찍어서 그런지 예전 영화와 대비하여 주인공들이 누비는 공간이 제한적이었고 그래서 조금 정적인 감이 있었다. 하지만 <운디네> 때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며,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많았다. 



주인공인 레온 (작가)가 친구인 펠릭스의 별장으로 여름휴가를 오면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담은 이 영화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들어가면서도, 독일에서는 거의 없는 '여름휴가'중 생긴 일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의 마음이 들어갔다. 


페촐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대한 개념도 다시금 들어갔고, 약간은 오만하면서도 실제로는 바보 같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다. 주인공의 행동 중에 몇몇은 내가 살아오면서도 했던 것들이 보여서 반성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예술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접근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작중에서 '산불'이 일어나는데, 묘하게도 저번 여름 무수히 많이 일어났던 유럽지역의 산불과 최근에 많이 일어난 한국에서의 불들도 생각났다. 불은... 위험한 존재다. 다 타버린 후에서라도 깨달았다면 다행인 걸까...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에 이루어진 시상식에서 그는 이 영화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처음에 봤을 때는 사실 <트랜싯>이나 <운디네>보다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세 번째 본) 현재(23년 5월 중순)의 나의 입장으로서는 이것은 이것 나름대로의 매력이 충분히 들어가 있고 (역시나)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요새 페촐트에 관련된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그에 대한 글을, 혹은 그의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9~13 : 단편영화들 / Generation 14 plus (2월 23일 20:00, Urania)

<When a Rocket Sits on the Launch Pad> / Bohao Liu / 중국, 미국 2023

<Mise à nu (Catching Birds)> / Lea Marie Lembke /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2023

<To Write From Memory> / Emory Chao Johnson / 미국 2023

<Madden> / Malin Ingrid Johansson / 스웨덴 2023

<Hito> / Stephen Lopez / 필리핀 2023



이번 영화제에서 단편영화 묶음도 예매했다. 사실 나는 장편영화만 거의 봐왔었고,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는 많이 보지 못했다. 어쩌면 현재의 한국 영화시장을 위해서라면, 젊은 감독들의 독립영화와 짧은 영화들 (주로 저예산으로 이루어진)도 충분히 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나중에 한국에 들어갔을 때 이런 집단? 도 있다면 들어가고 싶고 독일에서도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쨌든, 단편 영화 묶음을 신청하게 된 건 위에서 말한 새로운 경험적 측면도 있지만, 베를린영화제 유튜브에 올라온 <Hito>의 예고편을 봤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약을 빤 것처럼 보이는 그 영상을 보고, 나는 저건 봐야 되겠다,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들어가 있는 단편 묶음을 예매했다. 결과는 5개 중 하나 빼고 다 괜찮았다. 단편은 어떤 시선으로 봐야 될까도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만약 내가 언젠가 영화를 찍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정도의 길이가 나의 최대한이지 않을까 (물론 퀄리티는 더 바닥이겠지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Urania라는 또 다른 영화관 (내지 문화공간)을 알게 되어 좋았다. 


짧게 평을 하자면, 


<When a Rocket Sits on the Launch Pad>은 중국의 어떤 작은 마을에서 농구를 하는 여자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선수가 되지 못하면 거의 (강제) 결혼을 당하여 신부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를 보여줬다. 지구 어딘가에는 당연하게도 우리나라 기준으로 이미 없어졌거나 거의 사라져 가는 생활방식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고, 불협화음처럼 현재에서 사람들을 괴롭힘을 알았다. 



<Mise à nu (Catching Birds)>은 역시 레슬링을 하는 여자 학생이 주인공인데, 청소년의 풋풋한 사랑을 담았다. 그 시절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일들을 귀엽게 표현하면서도, 해피 엔딩은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To Write From Memory>는... 중간에 자버려서 모르겠다. 예술영상에 가까운 영화였던 것 같다. (아침에 영화 보고, 어학원 갔다가 오느라 너무 졸렸던 것 같다.)



<Madden> 은 시골에서 농장을 하는 집에서 태어난 한 (거의 성인 나이의?) 여자의 하루 내지는 이틀을 보여준다. 농장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클럽에서 놀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지만, 그것을 바로 앞에 두고 그녀는 농장에서 나와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가족 소유의 소를 보면서 마음을 고쳐먹고 (혹은 투철한 직업정신) 시내로 나가는 대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Hito>는 거의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정신 지배를 하려는 나쁜 음모를 가진 집단이 있고, 소녀는 메기와 함께 현실/가상현실/꿈이 복잡하게 섞인 세계를 돌아다니며 결국 그들을 처단하는 데에 성공한다. 사실 내용은 간결했고 그 내용을 꾸미는 거의 정신 나간 쇼트들이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스크린숏도 4개를 가져왔다.)




6번째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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