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잠시 한국에 들어갔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가 느껴졌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압력이었다. 해외에 머물다가 다시 한국에 들어오면 으례 하는일 중 하나는 보통 병원에 가는 일이다. 귀국을 몇 주 앞두고 나는 명치와 등근육 쪽의 통증이 있었고, 출발하는 날 새벽까지 그 통증은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위내시경을 하고, 물리치료를 다녔다. 하지만 내가 간과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치아건강이었다. 약 일년 전 한국, 아니 자취방이 있던 수원을 떠나기 전, 나는 충치 치료를 받았다. 그때 치료를 했으니 이번에 나갈 때 까지는 스케일링 정도만 하면 되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스케일링을 받으러 갔을 때 나는 나의 치아를 살핀 위생사의 말을 듣고 놀랐다. 겨우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의 상하좌우 모든 곳에 충치가 도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일 년 전엔 심하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둔 이빨들도 있었다. 몇몇개는 조금만 더 썩으면 신경을 침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다. 어떤 병원은 과잉진료를 위해 실제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치료를 진행한다는 일도. 하지만 나는 느꼈다. 생각보다 썩는다는 것은 더 빨리 진행된다는 것을. 그리고 썩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의 나의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충치치료를 하고 싶었지만, 출국은 단 3일밖에 남지 않았고, 치과예약은 이미 거의 다 차있어서 결국 예약은 잡지 못했다. 대신, 다음에 다시 돌아올 때 까지 매일 치실로 치아 사이의 잔존물들을 치우고, 양치도 3분 이상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사이 한국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높으신 분이 연루된 고속도로 종점과 관련된 의혹이 부풀어올랐고, 수해로 인하여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될 사람들의 장례가 치뤄졌다. 하지만 혹은 그리고 몇 개월 전에 있던 사고에서처럼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다. 출국 바로 전에는 조용히 치루면서 넘어갈 어떤 국제행사가 이슈가 됐다. 처음부터 잘 하면 됐을 것을... 이건 내 자신에게도 하는 소리기도 하다. 결국은 관심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으면 썩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내 치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다음 번 한국행은 내년 초 겨울일 것 같다. 어떤 것이 썩는 속도가 더 빠를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