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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Oct 17. 2023

0. 들어가기에 앞서

작년 6월 독일에 처음 왔을 때 시작했었던 것이 있다. '동독한 일기'라며 거창하게 이름을 짓고, 처음에는 매일매일 일기를 독일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쓰다가 이내 오래가지 않아 처음의 목적은 사라지고 결국 늘 그랬던 것처럼 간간히 일기와 에세이 그 중간과 비스무리한 것을 올리는 것으로 변했다. 


지난 1년 4개월, 한국에 갔었던 시간을 제외하면 1년 2개월. 뮌헨에서의 3주와 베를린에서의 1년 그리고 잡다한 다른 여행지를 포함한 인생들은 빠르게 지나갔고, 때로는 낙담하고 때로는 즐거운 시간을 독일에서 보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바이로이트에 있다. 원래 목적이었던 석사유학을 저번주에 드디어 달성했다. 우선 서류로 합격한 학교에서 독일어시험을 저번주에 봤고, DSH2(C1) 수준에 도달하여 정식으로 등록됐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23년 10월 16일)은 개강 첫 주가 시작된 날이다. 


이전처럼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말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이곳에서는 대학원 생활 중 내가 느낀 것들, 경험한 것들을 가감 없이 생각날 때마다 적어볼 생각이다. 역시나 형식은 일기 내지는 에세이 비스무리한 것이 될 것 같다. 


독일어 공부를 하면서 느낀 건, 결국 인간은 무언가를 남겨야 나중에 기억한다는 것이다. 단어암기도 그렇고, 책을 읽고 난 뒤에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도 그렇다.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나는 머리가 남들보다 조금 좋다는 것을 믿고 그런 것을 게을리해왔던 것 같다. 그때그때 빠르게 습득하는 건 잘하지만, 그것이 장기기억으로 남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 전공과목이 아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야들에서 그랬다. 무언가를 보고 느끼면 그것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고... 이런 것들도 동시에 해나갈 생각이다.


말이 길어졌다. 처음에 내가 원하던 목표를 이루었고, 이제 그것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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