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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Oct 21. 2023

#2 23.10.09~15

10월 9일 월요일

오전과외. 사실 이날 부터 금요일까지 5일동안은 외국인들을 위한 사전코스인 소위 ‘독일어로 수학 표현하기’라는 수업을 등록하고 들으러갔다. 시험이 당장 수, 목요일에 있지만, (될것이라는 가정하에)입학을 하더라도 진도를 따라가려면 독일어로 수학을 어떻게 말하는지 아는것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B2이상이면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 당연히 나에게도 수강 자격이 있었고, 어차피 수업에 가서도 듣기연습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다 생각되어 참여했다. 결과는 만족. 강사도 위트있었고, 오랜만에 한국인이 아닌, 과외가 아닌 실전 독일어를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선 빨래를 했고 그대로 잤다.


10월 10일 화요일

아침 오리엔테이션을 들었고, 학교 시스템(수강신청/학사관리 등)을 알 수 있었다. 멘자에서 게스트 카드를 사서 점심을 먹었고, 한국인과 러시아인을 만나 얘기를 나눴고 나는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갔다. 필기 시험이 다음날이라 떨린 상태로 잠에 들었다.


10월 11일 수요일

9시에 DSH 필기 시험이 있었고, 나는 8시에 학교에 도착했다. 코코아 한잔을 뽑아 먹었고, 시험장 앞에서 차근차근 자료를 봤다. 곧 시험감독관; 교수 두 명이 와서 들어오라고 했고, 적당히 뒤에 자리를 잡았다. 필기시험은 어려웠다. 과외와 내가 혼자 사서 풀었던 책들보다 문제 난이도가 반 단계정도는 높았고, 듣기시험의 경우 내가 알고있던, 그리고 학교에서 안내했던 것과 진행이 달라서 당황했다. 보통은 천천히 텍스트를 읽어주고(6-7분 분량), 듣기문제지를 주고 읽을 시간을 준다음 한 번 더 읽고 풀어주는 형식인데, 여기 시험에선 두 번을 연속으로 읽어줬고, 교수의 읽는 속도도 전혀 느리지 않았다. 반신반의 하면서 제발 커트라인인 DSH2(C1레벨, 전체 점수의 2/3이상 획득)을 넘길 기도했다.

다음날 회화시험 자격조건이 필기시험 통과여부였는데, 바로 다음날 진행되고, 모두 주관식인 필기시험을 채점해야하는 문제가 있어서 교수는 밤 9시(…)에 자기 교실 앞에 점수표를 붙여줄테니 그때 확인하고, 원하는 시간에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그렇게 영혼이 나간채로 장장 4시간의 필기시험이 끝나니 오후 1시. 점심을 먹고선 학교시스템에 등록된 주소를 바꿔달라고 학생관리팀에 갔고(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바로 두시에 수학수업을 들었다.

9시에 다시 학교에 오려다가 혹시나 싶어서 수학수업이 5시에 끝난 뒤에 가봤더니 점수가 나와있었고… 다행히 80%를 맞춰서 여유롭게 합격선을 넘었다. DSH3(C2, 82%이상 득점)에 더 가까웠던 점수라 감동했다. 그래도 열심히 지금껏 해온 것이 이제야 빛을 보는 구나 싶었다. 이날은 기숙사로 돌아갔고, 말하기 연습을 한 뒤에 일찍 잠에 들었다.


10월 12일

나의 시험시간은 10시 20분. 오전의 마지막시간이었다. 말하기시험은 텍스트를 주고 20분의 시간을 준 뒤 교수실로 가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보통은 도표를 주거나 주제를 던져주고 5분동안 발표를 한 뒤 질문문답을 하는 식이었는데, 나의 경우는 거의 아이스 브레이킹만 하고 끝났다. 나의 주제는 알콜중독에 관한 것이었는데, 발표를 해보라는 말도 없이 한국의 상황은 어떻냐, 나도 한국에 갔을때 소주를 마셔봤다~라는 말을 교수가 했고, 거기에 맞춰서 일종의 노가리(?)만 깠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교수가 ‘이정도면 됐다. 합격을 축하한다.’라고 말해서 놀랐다. 이게 끝이라고? 필기와는 다르게 말하기기 너무 순조롭게 마무리되어서 기분이 좋았고, 이제 진짜 자격을 갖추고 학기를 시작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학생 센터에 가서 성적을 제출하고, 등록이 성공적으로 됐으니 곧 학생증과 정식 아이디/비번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말해주았다. 정말 눈물이 다 날 정도로 기뻤다.

지금까지 옆에서 격려해준 가족들과 친구/지인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10월 13일 금요일

마지막 수학 수업기 끝나고 그리 어렵지 않은 시험을 마치고 뒤풀이로 강사와 함께 맥주를 마시러 갔다. 알고보니 강사는 나와 동갑이었고, 다른 러시아인 한 명도 나와 동갑이었다. 강사인 독일이는 30대클럽(Senior Students…) 단톡방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당연히 신입생과 나같은 만학도들의 생각과 목표는 다르다. 그도 그것을 알았고, 가끔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무슨 일이있었는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앞으로 이런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10월 14일 토요일

에어비앤비에서 이틀 일찍인 일요일날 키를 전달하기로 하여 마지막으로 청소를 하고 짐을 쌌다. 중앙역에서도 가깝고 학교까지도 버스로 한번,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좋았는데… 기숙사는 학교에 가려면 중앙버스역에서 무조건 한 번을 갈아타야 하고 시간도 40분이나 걸렸다. 진지하게 다른 기숙사를 빨리 신청해야될까 고민했다.


10월 15일 일요일

남은 짐을 다 싸고 기숙사로 점심때쯤 향했다. 오후에는 뭘했지? 짐을 풀고 정리를 하고… 가족과 통화를 했다. 부모님도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이 덜어진 걸 알고 같이 기뻐했다. 다만 이제부터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란 것을 잊으면 안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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