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월요일
개강 전 들었었던 수학준비수업, 그 수업의 강사가 하는 독일어 수업을 두 시에 들었다. 첫 시간이여서 그런지 조금 일찍 끝나기도 했고 수업도 널널했다. 그리고 나선 당일 열린다고 했던 (3시에 시작해서 내가 갔을 땐 이미 한 시간 쯤 흐른 뒤인) 한국어만남 시간(?)에 갔다. 이미 행사가 시작되어 다들 한 자리씩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뒤늦게 구석자리에 앉아 독일인 한 명과 한국인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학사를 시작했다는 남자와 교환학생으로 온 남자가 나에게 미용실을 어디다니냐고 물으면서, 그 중 한 명은 자신이 독일어를 잘 못하니 도움을 나중에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다니던 한국 미용실에서 한국어로 적힌 머리손질법.. 을 알아오면 해석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실생활 독일어는 잘 모르지만 번역은 해주겠다고 했다. (글을 쓰는 오늘[11월 2일]까지 아직 그에게서 연락은 없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서 쉬다가, 저녁 8시 까지 다시 시내로 향했다. 방금의 독일어 시간의 사람 몇명과 강사와 오늘 술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금요일 오후의 술집은 거의 다 차있었고 6명쯤 되는 무리는 겨우겨우 RosaRosa라는 술집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는 특선맥주(달달하고 도수도 조금 높은)를 마셨는데, 마치 체코에서 코젤다크를 처음 먹는 순간 느낀, 신선함과 맛에 감탄했다. 그 뒤로 우린 자리를 옮겨 멕시코 술집에 갔었고, 나는 버스가 끊긴 새벽 한 시까지 술을 먹고 떠들다가 결국 기숙사까지는 30분 정도를 얕은 비를 맞으며 돌아왔다.
10월 28일 토요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오전 늦게 일어났고, 가족과 통화를 하고 (엄마 생일이 일요일이라 나도 조각케잌을 하나 사서 같이 축하했다) 그리고 나서 오후엔 쉬엄쉬엄 과제를 했던 것 같다.
10월 29일 일요일
근교를 가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만난 지인들은 모두 약속이 있거나 갈 생각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한국 사람 한 명을 미리 구해놨었다... 바이로이트에 9월에 오고나서 10월이 되기전에 갔었던 밤베르크로 나는 다시 향했다. 날씨가 맑길 바랬는데, 그 날 역시 우중충하고 비가 많이 왔고, 그래서 나와 동행은 우산을 쓴 채 도시를 돌아다녔다. 훈연맥주와 음식의 조합은 역시나 최고였고, 카페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동행 역시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쪽 관련 이야기를 오랜만에 길게 나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기다리면서는, 뮌헨에서 밤베르크로 오는 기차를 기다리는 독일인이 나에게 플랫폼이 이곳이 맞냐며 물어보면서 어쩌다보니 20분 정도 지연된 내 기차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런 우연한 만남도 즐겁다. 그는 밤베르크 사람이었고, 엄마를 마중나온 상황이었는데,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대학, 인터넷 품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누다가 해어졌다. 그 기차를 타고 중앙역에 내렸을 때, 기숙사로 들어가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있었고, 집에 도착 한 뒤 나는 거의 바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