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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Nov 08. 2023

#7 23.10.30~11.7

대략 수업을 한 번 씩 다 들어서 이제부턴 매일의 감상보단 기억남는 날 위주로


11월 1일 수요일

바이에른주의 종교휴일이었고, 그래서 원래는 학교를 가는 날이 아니었는데 같은 학과 독일인인 Max가 자신의 WG(Wohngemeinschaeft : 사람들이 모여 사는 쉐어하우스)에서 공부를 하자고 제안해서 아침 9시(...)부터 그곳엘 갔다. 나말고도 배터리재료과의 한국인친구와 독일인 두 명이 더 와서 총 5명이서 거의 4시까지 같이 문제를 풀었다. 사실, 나는 문제를 거의 다 풀어왔었기 때문에 내가 주로 설명을 해주고 독일 친구들이 생각을 하면서 이해하는 방식에 더 가까웠다. 학기 초반엔 거의 모든 과목에 수학이 섞여서 나왔는데, 함수의 합성곱(Convolution)이나 벡터와 삼각함수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나는 예전부터 다져진(?) 수학 과외/공부방 경험을 통해 고등학교 과정까지의 수학은 그래도 거의 다 머리속에 있어서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것들을 독일어나 영어로 말하는 것은 고역...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그들도 잘 못알아 듣는 모먼트가 많아서 쉽지 않았다. 

점심으로는 Max가 본인 고향에서 직접 농사지은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를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그가 살았던 도시는 큰 도시는 아니었고, 집에 텃밭(보다 는 더 큰)이 있어서 130 그루쯤 되는 토마토를 3~4년 전부터 매년 수확해왔다고 했다. 유기농으로 만들어진 소스는 맛있었고 (그가 비건이라 고기 또한 들어가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 토마토 농사와 종류에 대해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주직업(학생) 외의 시간에도 투자할 수 있는 (전체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독일인의 삶이 멋져 보였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부나 일 이외에 다른 것들을 얼마나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지를 생각했다. (거의 없다...) 4시가 거의 다 된 시간에 스터디가 끝났고, 우리는 2주마다 토요일날 그의 집에 모이기로 했다.


11월 2일 목요일

수업이 다 끝나고 찾아온 오후 4시의 세미나 시간에는 뮌스터 대학에서 전고체전지를 연구하는 박사가 와서 발표를 했다. 전고체전지는 전의 회사에서도 연구소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겉핡기로만 자료를 봤었는데 박사의 발표를 보면서 고체전해질의 특성은 물론 어떤 식으로 그것을 만들어야하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11월 3일 금요일

독일어 수업에는 결국 5명이 남았다. 저번주에 10명 정도가 있었는데, 절반 정도가 드랍한 것 같다. 사실, 이 수업은 그렇게 빡세지 않고, 독일어를 빠르게 배우고 싶다면 어울리지 않는 수업이기 하다. 그래서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은 쉬엄쉬엄 부담없이 이거 하나만 듣고 내 할 것을 하면 되니깐. 


11월 4일 토요일

중국인이 점심 초대를 했고, 저번에 한번 거절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의 집에 갔다. 나는 같은 과(이제부터 그냥 배터리기술과 배터리소재기술을 같은 과로 하기로 한다.)애들만 초대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난생 처음 보는 중국인 4명이 있어서 당황했다. 영어로 주로 얘기를 하긴 했지만, 그들끼리 중국어로 할 땐 조금... 소외된 느낌도 있었다. 메뉴로는 초대해준 중국인 친구가 직접 한 닭볶음탕 같은 것을 먹었고 음식 솜씨가 좋다고 생각했다. 중국인 중 한 명은 나보다 6개월 일찍 들어온 친구였는데, 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와 정보를 나눴다. 4시쯤 헤어졌고, 다른과의 두명의 중국인은 아마 더 이상 보지 못할 것 같다. 



11월 7일 화요일

토요일에 같은 과 6개월 선배 중국인에게 들은 바로는, 교수 밑에서 학부연구생 처럼 자원하여 공부할 수 있는 포지션이 있다고 했다. Hiwi(돈을 받고 고용된 연구 도움학생)와는 달리 Studenthelper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가도 되고, 시간도 유동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해둔 시뮬레이션을 주연구로 하는 교수에게 월요일날 메일을 보냈었더랬다. 그러나 돌아온 그의 대답은, 그런 포지션은 없고 Hiwi로만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실에서만 실험을 하고 싶은지, 하지면 집에서도 컴퓨터로 일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이번학기가 빡셀거라는 것을 알기에 시간 투자가 적은 Studenthelper를 원한 것이었는데...

하지만 오늘 오후의 수학 수업을 그에게서 들은 뒤 이야기를 조금 나눴고, Hiwi로 일해도 한달에 최대 20시간이며 그 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종해서 낮출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일손이 부족해서 프로그래밍 실력이 좋으면 좋을 수록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즉답을 하지 못했다. 우선, 회사에서 했던 일은 프로그래밍이라기보단, 이미 만들어진 시뮬레이터에 값을 넣어 돌리는 역할을 주로 했었고, 중간중간 내 입맛대로 코드를 고치는 정도가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여기에서도 처음엔 내가 할 수 있는 것 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래밍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한달에 최대 20시간이니 그 이하로 한다면 학업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실험실에 있는 박사연구생에게 말해서 약속을 곧 잡아 실험실에서 한번 미팅을 하자고 했고, 나도 좋다고 말했다. 지금은 약속 메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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