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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Dec 20. 2023

#11 23.12.08~12.19

12월 10일 일요일

자매과의 블라디미르(러시아)가 이전에 자신의 생일이 이날이라고 했고, 그래서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모여 저녁에 기숙사 공용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생일을 축하해줬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블라디미르는 약간 이런것에 쑥쓰러워했고, 그래서 케잌 촛불을 끄거나 사진찍는 것도 약간 어색해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웃음을 찾았고, 나중엔 다같이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일요일날 모이자고 제안했던 것은 나였다. 작년 베를린, 나는 가끔 사람들을 만나긴 했지만 거의 늘 혼자였고, 작년 생일도 나 혼자 지내면서 저녁으로 식당에 가 혼자 밥을 먹고 오는 사치를 부렸더랬다. 그래서, 어쩌면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지고 독일로 온 결정을 한 외국인 친구들이 생일에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게 있었다. 

생각보다 학교에는 러시아 인들이 많다. 이 날은 박사과정으로 들어온 안나와 개강 전 수학코스에서 만난 다른 블라디미르도 왔다. 러시아인들이지만 안나를 제외하곤 술도 마시지 않아서 약간은 놀라기도 했다...



12월 13일 수요일

중국인 이치가 나와 다른 독일인 3명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채식요리를 해서 먹자고 한 날이었다. 수업이 5시에 끝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일정이라, 나는 진작에 밥을 먹는 시간도 그렇고 집에 가는 시간도 늦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가져온 이치와 아나톨이 장을 보기로 하고, 나는 슈테펜과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 스테펜 역시 이치와 같은 건물의 원룸에 살고 있었고, 난 거기에서 그의 20kg이나 되는 컴퓨터 본체를 보고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입사 하고 천안에서 방을 같이 썼었던 동기 생각을 했다. 그 역시 게임을 좋아하고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아서, 나보다 몇 배는 좋은 컴퓨터를 맞추고 수없이 많은 스팀게임을 다운받았었다. 지금도 그 친구와 다른 친구가 있는 카톡방에서는 매일 연락을 주고 받는다. 고마운 친구들이다. 

어쨌든, 요리는 6시쯤 시작되었고 내가 생각한 바와 같이 내가 첫 숟갈을 뜬 건 저녁 8시..였다. 사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24~26살인 반면 나 혼자 33살이라 그들의 흥과 템포를 따라가긴 힘들었고, 나는 이미 지친상태였다. 그렇게 독일어 듣기 연습을 줄기차게 한 뒤에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들어버렸다. 참고로 음식은 저번 방문보다 훨씬 나았다. 


12월 15일 금요일

어쩌다보니 약속이 몰려버린 일주일. 수업이 끝나고 나선 같은 기숙사에서 우리과의 다른 한국인과 또 다른 중국인 한 명, 그리고 어찌하다가 알게된 한국인 교환학생이 모여 한식을 먹었다. 닭도리탕과 김치찌개를 해서 먹었는데, 나는 김치찌개에 넣어서 먹을 소시지를 마트에서 좀 사왔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1년 전에 산 청하를 그날에서야 꺼내 먹을 수 있었다. 술을 안 마시는 줄 알았던 중국인 애가 생각보다 청하를 맛있어 해서 뿌듯했고, 그 애는 뉘른베르크에 가면 그 술을 사와야겠다며 사진까지 찍었다. 양식이나 독일음식에 이미 혀가 지배되어버린 나이기에 사실 난 평소에 한식을 전혀 해먹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쌀밥과 찌개를 너무 맛있게 먹었다. 가끔은 고향의 맛을 즐기는 것도 먹는 즐거움을 몇 배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같다. 



12월 16일 토요일

뉘른베르크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뉘른베르크에 있는 미술관을 가보고 싶었고 오늘이 적기라 싶었다. 처음으로 학생할인을 당당히 받아 거의 절반의 가격으로 미술관을 즐겼다. 뉘른베르크는 아직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사람에 질려버린 나는 딴짓하지 않고 바로 아시안 마트로 향했다. 청주 두 병을 사고, 라면과 튀김가루를 샀다. 곧 야채 튀김을 해먹을 예정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때 맨날 라면이나 파스타만 먹을 순 없으니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고추장과 간장도 하나씩 사서 제육볶음도 만들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2월 19일 화요일

아침에 드디어 Hiwi-아르바이트를 하러 Baybatt빌딩으로 향했다. 인도인 박사과정 친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역할이었고, 나는 그가 준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시뮬레이션 코드를 받고 그것을 보다가 나왔다. 뭔가 보탬이 되려면 빨리 이 코드를 이해하고 시뮬레이터를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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