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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Dec 08. 2023

#10 23.11.27~12.07

11월 29일 금요일

Signal and System과목의 중간시험(?)을 아침에 봤다. 독일에서 처음 보는 과목 시험이었고, 약간은 긴장해있었다. 원래 독일은 보통 중간고사가 없고, 학기가 끝나고 따로 시험기간(Prüfungphase)가 있고, 그때 필기던 구두던 시험을 본다. 시험에 대한 규정이 있긴하지만, 교수 재량으로 유연하게 할 수 있는 항목들이 있고, 이 과목을 맏은 슈미트 교수는 이 중간시험을 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1) 본시험에 대한 나의 위치를 확인 할 수 있다.(난이도가 비슷하므로, 중간시험에서 받은 점수를 토대로 현재 수준이 유지되었을 때 본인의 최종 학점을 판단가능) 

2) 중간시험을 잘보면 보너스포인트가 주어지고, 이것은 향후 본시험 성적에 추가된다.(혹시나 본시험을 망쳐서 Fail위험이 있더라도 보너스 포인트로 인해 구제될 수 있다.)

어쨌든, 금요일 아침엔 눈이 아주 많이 왔고, 8시 반에 시험이 시작됐기에 나는 일찌감치 기숙사에서 나와 시험이 치뤄지는 교실로 향했다. 시험은 총 60점 만점에 1시간. 하지만 문제 수가 많아서 나는 전체 중 3/4까지만 풀 수 밖에 없었다. 



오후에는 아주 바빴다. 금요일 저녁 학교 근처의 기숙사 파티룸을 빌려서 모임을 주최했었고,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다른 두 친구와 장을 보고,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듣고, 다시 세팅을 하러 가고... 개강 전 수학 준비과정에서 만난 토비아스가 차를 가지고 와서 병맥주로 처음으로 박스(20개들이)째로 사는 경험을 했다. 저녁 7시에 시작된 파티(?)는 점점 나의 지인들...(같은 과 + 알음알음 한 사람들 총동원)로 풍성해졌고, 그들에게도 서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을 바랄 뿐이다. 뒤늦게 토비아스가 부른 이란인 학사 친구들이 왔는데, 난 도저히 졸려서 새벽 1시가 되기 전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11월 30일 토요일

숙취를 뒤로하고, 오늘은 역시 같은 과 친구들 몇명과 가기로 약속했었던 뉘른베르크 당일치기(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버스가 없어서, 나는 여기서 알게된 한국인 친구 집에서 하루를 묵었고, 기숙사로 돌아가기전 너무나 배가 고파서 베트남 쌀국수로 해장을 했다. 기숙사에 들어온 건 12시 반. 샤워를 하고 30분 쯤 누웠다가 바로 다시 중앙역으로 향했다. 



막스는 도착시간에 맞춰서 여자친구와 함께 중앙역에서 우리를 맞았고, 6명의 사람들은 구시가지로 향했다. 뉘른베르크는 전에도 와봤던 도시였지만, 겨울에 크리스마스마켓을 보러 온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든든(?)한 독일인 가이드가 있어서 길을 걸어가며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다. 뉘른베르크의 마켓은 역시나 지역소시지인 뉘른베르거 냄새와 글뤼바인의 향기로 가득했다. 광장 앞에 큰 교회도 있던 탓에 어두워 지면서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마켓 구경도 잘할 수 있었다. 다만, 2시부터 한 7시까지 계속 밖에 있던탓에 몸이 너무 추웠다... 그리고 배고팠다. 뉘른베르크의 마켓은 베를린의 그것보단 좀 더 밀도있는 느낌이었고, 파는 물건들은 사실 비슷했던 것 같다. 포인트를 줄 것이 있다면, 마켓 양옆으로 세워져있는 푯말의 픽토그램 내지는 디자인이 레트로 해서 마음에 들었다. 마켓에서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에 나올 것 같은, 돌조각에 눈이 그려진 수석..을 하나 샀다. 같이 마켓에 갔던 터키인 버크가 DSLR로 사진을 많이 찍어줬고, 현재(12월 8일) 메신저 프로필을 그것들로 많이 바꾸어놓았다. 버크가 그 사진을 찍었을 때 나에게 했던 말은, 뭔가 실리콘 벨리에서 스타트업을 갓 만들었거나, 정부사이트를 해킹하는 사람 같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12월 4일 월요일

8시의 전기화학 수업이 취소되어서 간만에 월요일 아침을 더 쉴 수 있어 좋았다. 전자공학 수업을 좀 더 상쾌하게 들을 수 있었기도 했다. 로렌츠 교수와 수업전에 독일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그는 프랑스인인데 독일에 산지 20년이 됐고, 수업도 독일어로 한다.) 배운 혹은 산 기간에 비해 나의 실력이 좋은 편이라고 말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독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멘스에서 일했을 때의 일화를 알려줬다. 컴퓨터가 작동을 잘 하지 않아 IT직원이 왔는데, 그냥 '우에우에웨'라고만 말해서 당황했다는 썰. 알고보니 그것은 '당신 비밀번호를 잘 눌렀나요?'라는 문장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시나 현지인들의 슬랭은 알아듣기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하다... 라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웅얼거리다라는 'murmeln'이라는 동사도 알게됐다...)


12월 5일 화요일

저번주 금요일 날 본 시험 결과가 나왔고, 다행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수업은 수학이 중심이라 다른 수업보다 좀 더 자신감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석사를 문제 없이 잘 마칠 수 있으리라는 마음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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