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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Jan 05. 2024

#12 23.12.20~12.31

12월 22일 금요일

두 번째로 Hiwi일을 하러 갔고, 이날은 조용히 자료를 읽었다. 

수업에 갔는데, 나와 러시아인 한 명 밖에 오지 않았고, 그래서 강사이자 친구인 토비아스 역시 김이 빠졌는지 크리스마스와 비가오는 독일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수업을 끝냈다. 


12월 23일 토요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초단편소설 모임의 회의를 가졌고, 이날 오후에는 한국인 동생 집으로 향했다. 그는 이 휴가기간에 백숙을 해먹자고 했었고, 나는 그것을 먹으러 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닭이 아주 질겼고, 나와 그는 거의 반 쯤 실성한 채로 그것을 먹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국물이 맛있었고 (심지어 내가 닭국물을 즐기지 않는대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폭스클럽이라는 유투브채널의 영상을 봤다. 에버랜드의 기억이 떠올랐고, '언니 T야?'라는 대사를 한 것이 그들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나선 집에 왔다. 


12월 25일 월요일

이날은 조용히 시내로 나갔다. 작년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독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지냈기에, 직접 내 눈으로 이 시기의 도시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역시나, 도시는 조용했고 10월 중순부터 열리는 Winterdorf만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나는 원래 인도커리를 먹으려고 했지만, 구글맵의 정보와는 다르게 그곳은 열지 않았고, 그 대신 나는 Oskar라는 독일 음식점으로 갔다. 학기 시작 전 딱 한번 야외 자리에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음식도 너무 짰고 맛도 없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그날은 음식도 맛있었고 맥주도 좋았다. 돌아가는 길에 인도인 애들 무리를 만났고, 그들은 Winterdorf로  향한다고 했다. 그것을 지켜보며 나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12월 27일 수요일

화재경보 점검이 있었고, 12시쯤 하우스마이스터가 들어와 경보기가 잘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갔다. 



12월 30일 토요일

막스가 나를 비롯한 같은 학과 몇명을 초대해서 그의 집으로 갔다. 저녁으로 칠리 콩 카르네를 먹고, 내가 가져온 와인과 다른 음료도 마셨다. 밥을 먹고 나선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나오는 것과 같은 이름 맞추기 게임 (머리에 다른 사람이 써준 메모를 붙이고,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이 누군지 맞추는 게임)을 했고, 여러번 웃을 수 있었다. 내가 베를린에서 사고 일 년 만에 처음으로 포장을 깐 보드게임도 드디어 해볼 수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 보드게임은 3년 전 쯤 소개팅을 했을 때 동탄에 있는 보드게임카페에서 재밌게 했었던 것이었다. 늦지 않은 시간에 나는 다시 돌아갔다. 


12월 31일 일요일

한국시간에 맞춰 집과 통화를 했다. 부모님도 동생도 그 시간대는 졸린지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라,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유투브로 보신각 종 울리는 것을 봤다. 뉴스에서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영어로 또 나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럴 필요까진 없는 것 같은데.


전날 블라디미르가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회가 밤 10시에 있다고 해서, 그때 맞춰서 시내로 향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거기에서 세르게이를 만났고 (그 연주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러시아인들 왓츠앱 방에 퍼진 모양이다.) 연주회가 끝난 후 그와 Winterdorf에 가서 와인을 한잔씩 마시며 새해를 맞았다. 사방에서 폭죽소리가 울렸고, 가끔 나는 그것에 깜짝 놀랐다. 세르게이는 그런 폭죽이 환경에도 안좋고, 행인이나 차를 상대로 놀래키는 것도 바보같다고 말했다. 나도 거기에는 일정부분 동의했다. 기숙사로 가는 길엔 버스가 없어서 걸어갔고, 나는 거기에서 연기 냄새를 엄청나게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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