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ilmKart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ripza Sep 03. 2016

<스타트랙>

그리고 피자

*내용상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요


서양의 우주 관련 메디아를 양분하는 건 두 가지다. 스타워즈와 스타트랙. 스타워즈가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포오스’와 ‘다크사이드 오브 더 포오스’가 대립하는 극형식을 갖추고 있다면 스타트랙은 아직 우주는 미지의 공간으로 가득하다는 전제하에, 유능한 우주 승무원이 배를 타고 개척을 하여 우주를 ‘알아가는’ 일련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엔터프라이즈호가 성운으로 둘러싼 미지의 영역으로 항해를 시작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스타트랙에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젊은 함장 커크, 로봇 같은 성격의 발칸인 스팍뿐만 아니라 본 영화 극본에도 참여한 사이먼 페그가 연기한 유쾌한 엔지니어 스코티. 

그리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영화가 이어지면서 주인공들은 서로 얽히며 드립을 날리기도 하고 진지해지기도 한다. 이는 곧 <스타트랙>을 이끌어 가는 요소가 ‘서사’보다는 ‘인물’에 더 중심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급사에 알리바바 필름이 있는 것을 보고, 이분 중국인인줄 알았다.  등장신도 많아서 역시 자본주의 힘! 이라고 외쳤으나 이분, 한국계였다. 


영화가 말하고 있는 것


이번 영화는 특히 서울대가 섭섭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스타트랙> 상영 내내 우리는 ‘고대’와 ‘연대’라는 의미에 계속해서 노출되기 때문이다. 엔터프라이즈 호를 습격한 군대의 수장인 ‘크롤’은 ‘고오대’의 무기를 손에 넣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고오대’의 무기는 너무나도 강력해서 선조들이 그것을 반띵 하여 우주 속에 내던졌다는 속설이 있다. 그리고 사로잡힌 엔터프라이즈의 선원들에게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반이순신 적 발언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용감한 엔터프라이즈의 주인공과 선원들은 이에 대항하기라도 하듯 ‘연대’를 계속해서 중얼거린다. “다시 뭉쳐야 해!” “누굴 찾아야 해!” “우린 서로 뭉쳐서 강해질 수 있어!” 그리고 결국 그들은 뭉치게 되고, 크롤의 함대를 산산조각 내는 것에 성공한다! 

한 줄로 정리하면 ‘연대’ 의식을 지닌 자들이 ‘고대’의 무기를 가진 자들을 이긴다는 스토리다.



그러나...


하지만 서사적으로 분석했을 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보였다. 그렇게 ‘연대’를 외쳤던 주인공들. 하지만 우주선이 폭파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건 역시나 주, 조연들과 몇몇 떨거지들이었다. 우주선의 규모를 보면 최소 승무원이 몇 백은 되어야 하는데, 오십 명 남짓한 일부의 사람들이 ‘우린 연대가 졸라 중요해! 우린 이걸로 여기까지 왔어!’라고 내뱉는 장면은 어색했다. 죽은 이들의 대부분이 직급 낮은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슬펐다. (특히, 살아남았으나 머리 안쪽에 ‘고대’의 무기를 넣어둔 꽃게 아가씨는 ‘고대’의 무기로 인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극 속에서 가루로 변해버린다.) 영화가 끝나는 장면에 살아남은 선원들끼리 선장의 축하파티를 하는 것도 정서상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뭐 서양 정서에는 맞을 수도) 그리고 커크는 또다시 새 우주선을 얻었다! 최신 기술로 건조되는 새 우주선을 자기가 가지려고 일부러 성운 속으로 들어가며 대원들을 희생시킨 건 아닐까! 정말 더럽고 치사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연대’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외골수 크롤의 군대는 초능력으로 서로를 연결하여 함대를 조정하고 있었다. 수백수천의 개체가 대형을 이루며 움직이는 것은 군집의 끝을 이루는 벌이 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난센스. 또한 왠지 평양에서의 군인 행렬이 생각나기도 했다. 또, 군대가 많음에도 군주와 중요 사령관이 주둔해있는 캠프에 겨우 다섯 명이 침투에서 경계를 허물고 자신들의 친구들을 구하는 장면 또한 아쉬웠다. 액션과 그래픽은 즐거웠지만 서사가 아쉬웠다는 점에서 5점 만점에 3.5점을 줬다. 그러나 훌륭한 상업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접시부분이 컷팅기처럼 날카로웠다면 첫 전투에서 이겼을지도...


영화가 시작하기 전


영화를 본 건 저녁 여섯 시 반. 나는 점심에 영화를 같이 본 지인과 함께 피자를 먹었다. 피자야말로, 훌륭한 ‘연대’의 본보기다. 쫄깃한 도우와 토마토소스, 그 위에 올라가는 갖가지 토핑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피자는 입속에 들어가는 순간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 짠맛, 단맛 그리고 느끼한 맛을 혀에 전해준다. 피자를 먹고 한 모금 콜라를 들이켜는 순간은 신나는 록 음악을 듣는 것처럼 짜릿해진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재밌는 사진을 찾았다. 피자 컷팅기가 엔터프라이즈호처럼 생긴 제품을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스타트랙의 골수팬들에게 많이 팔렸을 것 같다. 또다시 예상치 못한 것들이 서로 얽혔다. 우주 역시 미지의 영역들로 가득 차 있고, 엔터프라이즈호는 또 다른 모험을 떠났다. 그 에피소드는, 다음 영화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스타트랙> 포토

글머리(http://memory-alpha.wikia.com/wiki/Star_Trek_Beyond)

피자컷팅기(http://geekfed.com/star-trek-enterprise-pizza-cutter/73)

매거진의 이전글 <최악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