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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Dec 29. 2016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 영화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포스터가 너무너무 멋지다. 


- 지금까지 스타워즈 시리즈가 ‘포스’를 사용하는 구분으로써 제다이와 시스의 싸움 그리고 스카이워커家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여기서 한 발짝 떨어져 일반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 그래서 <로그 원>의 캐릭터들은 선과 악이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저항군 소속이었지만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따로 활동하는 이. 제국군 파일럿이었다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저항군으로 적을 옮기는 이. 아버지가 제국군의 비밀 병기를 만드는 총책임자인 이. 제다이 사원을 지켰던 장님.


-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어떻게 서로 규합했을까? 여기에는 ‘믿음’의 문제가 뒤따른다. 특히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생사가 일분일초를 다투는 시각일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사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고대의 전투이던 근대의 전투이던 객관적인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연대로 이루어져 있는 병사들의 의식이니깐.


- 한편, 주인공의 대사가 인상 깊었다.

시키는 대로만 하고, 스톰 트루퍼(제국군의 클론 병사)와 다를 것이 없잖아!

이에 맞서 그것이 ‘대의’를 위해서였다는 대위의 대답. 주인공은 그런 그에게 대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무시해도 되냐고 반문한다. 

‘대의大義’라. 전쟁에서는 원래 상급자의 말을 하급자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반하는 것은 <로그 원>의 서사적 특성에서 나오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희망’을 위해서 뭉쳤던 저항군이 제국군의 신무기를 알게 되고 낙담하고, 희망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옮은 결정을 했다.


  

- 어쩌면 여기에는, 사회가 소수자를 대하는 태도와 현재의 대의代議민주주의에서 우리들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상위 집단에서 정한 법과 결정들이 무조건 옳은 것인가? 그들은 현장에서 싸우는 병사들을 이해하고 있는가? 그들의 상황을 알고 있는가? 대의大義라고 무조건 따른다면 우린 그저 로봇에 불과하게 된다.


- 로그 원이 더 감동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것은, 그것의 스토리가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1977年作)의 도입부에 나오는 한 문단에서 출발하여 단지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라고 치부되어버린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주고 재조명했기 때문이었다. 전쟁 기저(Basis)의 사람들. 생각해보면 우리는 역사에서 ‘장군’의 이름들만 기억해왔다. 그들의 공적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의 지휘 아래 수많은 병사들이 싸울 수 있었기에 그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다. 10년도 더 전에 방영된 <불멸의 이순신>이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우리가 잘 아는 ‘윗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장군이 직접 써서 이름을 남겼던 병사들의, 민초들의 삶 또한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4편의 오프닝 시퀸스(데스스타 설계도를 빼냈다! 라는 내용이다.)


- 한편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통 매력 중의 하나는 로봇 주인공들인데, <깨어난 포스>에서 BB-8이 그 역할을 했다면 <로그 원>에서는 재프로그래밍된 제국군 로봇 K-2SO가 그 역할을 해냈다. 그는 어두운 이번 영화 안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해냈다. 재미있는 건 여기에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그리고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가져다주는 것이 사람이 아닌 ‘로봇’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보다도 더 사람 같은 그들의 존재는 미래 사회에 나타날 로봇의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 <로그 원>은 전쟁영화이고, 에피소드 4의 바로 앞부분을 다룬 점에서 그 이음새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론 반-전쟁 영화였다고 도 생각한다. 데스 스타가 시험용으로 작은 도시 하나를 날리는데, 그 과정이 CG로 아주 세세하게 표현된다. 그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군비경쟁을 하고 있는 지구에서 핵전쟁의 참혹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고도 생각한다.



- 나는 <로그 원>을 보며 스토리 사이사이 숨어있는 미싱 링크에서 매력적인 서사와 캐릭터로 본 이야기 흐름과는 다른 차별적인 스토리를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작년 겨울, 깨어난 포스를 보며 다시 돌아온 스타워즈의 영웅 서사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마치 마블 영화처럼 같은 세계관에서 일어나는 다른 이야기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좋았다.



- 윌 허프 타킨 제독과 레아 공주의 모습도 다시 볼 수 있었다. 우연하게도, 한국에서 스타워즈 로그 원이 개봉하는 날, 나는 아침에 레아 공주 역을 분했던 캐리 피셔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막 환갑이 된 나이인데, 그녀는 우주로 환원되었다. 4편에서 윌 허프 타킨 제독을 맞았던 배우 피터 쿠싱도 이미 1994년에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로그 원에서 나온 그들의 모습은 정교한 3D 그래픽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CG로나마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스타워즈의 팬들은 큰 즐거움과 향수, 그리고 그리움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 나는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의 팬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15분이 너무나 좋았다. 에피소드 4와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그 옛날 스타워즈를 보며 ‘왜 제국군은 저렇게 좋은 무기를 허점이 있게 허술하게 만들었을 까?’에 대한 질문과 저항군이 품고 있었던 희망을 어떻게 펼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 그리고 나는 지금 스타워즈의 은하계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에 있다. 지난 몇 달간 우리는 가장 큰 국가기관의 추락을 지켜봐야 했고, 사람들을 광장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代議에 반하는 구호를 외치며 광장에서 꺼지지 않는 LED 촛불을 들고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서 밤을 보냈다. 그 옛날 임진왜란 때 그의 곁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자고 했던 수군 병사들처럼. 스타워즈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린 이 제국, 스스로를 여왕이나 황제로 생각하는 자들을 무너뜨리는 일에 착수한 것이다. 헌법 제1조에 따라서 많은 이들이 움직이고 있다. 훗날 이것 또한 역사책에 적힐 것이다. 우리는 <로그 원>에서처럼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개개인의 영웅이며, 서로를 기억해야 할 객체들이기도 하다.



* Note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프닝 전통이 깨졌다. 줄거리가 필요 없는 ‘앤솔로지’여서 그랬을 것.      

대위가 처음 나오는 도시는 마치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 같았다.        

마지막 전투가 일어나는 스키리프 행성의 전경은 두바이의 버즈두바이(칼라파) 타워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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