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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Apr 08. 2017

어느 독재자 <The President, 2014>

누군가가 생각난다면 기분 탓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문단 시평:


불이 꺼지고, 다시 켜지지 않는다. 

날은 밝아왔는데, 귀에 들리는 건 음악소리와 총소리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추자

민주주의라는 불빛이 다시 도시를 밝힐 수 있을 때까지




독재자였던 인물이 쿠데타를 당하고 자신의 나라를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손자와 함께 다닌다. ‘죽음’이나 ‘고문’ 같은 뜻을 전혀 모르는 손자는 궁전에서 지낼 때 같이 춤을 췄던 ‘마리아’만 계속 찾는다. 손자는 아마도 이 상황이 현실인지 아직 깨우치지 못한 독재자 내부의 한 인격은 아니었을까. 

그는 작은 마을로 가 빈민층의 옷가지를 뺏고 변장을 한다. 기타를 치는 재주가 있어 ‘거리의 악사’라는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고 손자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연극’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도주를 하며 마주친 모습은 영화 첫 장면에 나온 화려한 등으로 점철되고, 반짝이는 모습이 환상적이던 야경의 모습이 아니다. 야당과 군대는 ‘독재자를 타도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가 재위하던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사람을 쏴 죽이고, 신부를 납치해 강간하고 죽인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독재자 탓’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재자’가 다시 정권을 잡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온전히 그와 그를 둘러싸고 있던 세력 때문이었기에. 무력을 더 큰 무력으로 잡는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피의 역사를 반복할 뿐이다. 


어쨌든, 독재자는 이 연극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영화 막판 그는 교도소를 탈출한 죄수들과 동행을 시작하는데, 자신에 대한 욕을 들어도 평정심을 갖으며 오히려 죄수를 간호하고 업어주기까지 한다. 그러나 죄수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 본 것은 자신의 옛 연인(혹은 아내)이 새 남편을 얻고 아이를 기르고 있다는 것. 그러니, 이 영화는 음악과 춤으로 낭만을 얘기하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낭만을 깨뜨림으로써 관객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해준다. 예전에 정사를 나눴던 창녀에게 독재자가 부디 내 손자를 맡아줘,라고 하는 장면에서도 로맨스는 단 1퍼센트도 성립되지 못한다. 



막판, 결국 그는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바닷가에서 최후를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 분노로 휩싸인 사람들 틈에서 어떤 이가 나서서 그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한다. 민주주의가 이런다고 세워진다고 생각해요? 이런 짓을 해봤자 똑같은 것이 반복될 뿐이라고요. 하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영화의 많은 장면에 음악이 사용되고, 그때마다 독재자의 손자(현재와 과거를 오가며)는 춤을 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등장시킴으로써 권력이 얼마나 무지할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우민화의 위험성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결국 영화는 단순히 ‘독재자의 잘못’만을 따지며 그를 몰아내고, 그를 단죄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계속해서 말한다. 잘못된 정권이 들어왔을 때, 우리 역시 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 비극은 그가 내려와도 계속된다는 것. 그래서 ‘나쁜 관리자’가 없어졌을 때 우리 스스로 그것을 정화할 수 있는 백신을 구비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기와 총을 내려놓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춤’을 기타 소리에 맞춰서 추자는 것이 아니었을까?




*영화는 나라를 언급하지 않고 ‘어떤 나라’라고만 설정했다.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를 그대로 이입시키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래도 감독과 영화의 언어가 궁금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감독은 이란 사람이었고, 배우들은 ‘조지아’ 사람이었다.(엔딩 크레디트에 조지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성(姓)이 보여서 예감은 했다.)

*2014년에 개봉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다. 3년이 지났지만 이번에 개봉을 한 이유는 영화의 내용이 백 퍼센트 들어맞는 것은 아니어도, 아마도 CJ가 누군가에게 날리는 가벼운 ‘잽’은 아니었을까? 


- 모든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어느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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