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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y 28. 2017

<에일리언 커버넌트>

육체를 가지게 된 HAL-9900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에일리언 시리즈는 공포의 영역을 지구에서 우주로 옮긴 대표적인 영화다. 소화가 잘못되었는지 배가 요동치기 시작하고, 검정 미지의 물체가 배를 가르고 등뼈를 찢고 입에서 튀어나온다. 사람의 몸에서 나온 사람이 아닌 외계 생명체에 공포를 느낀다. 아마도 이것은 불일치에서 나오는 원초적 공포가 아닐까. 그리고 숙주(Host)가 되었다는 것. 더 이상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라는 것.  


내가 내용을 기억하는 에일리언 시리즈는 <프로메테우스>다. 인간들이 자신들의 창조주를 찾기 위해 행성으로 떠나고, 결국 그곳에서 창조주를 만나지만 치명적인 세균에 의해 그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본래 공포가 주가 되었던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인류의 기원과 창조에 대한 내용이 삽입됐다. 배때기에서 까꿍! 하고 나오던 에일리언이 ‘어떻게 인간에게 들어가게 되었나?’라는 서사가 들어간 것이다.



내용의 변주는 시대의 변화와도 이어진다. 커버넌트 호의 A.I. 인 월터는 선체를 돌며 시설을 점검하고 승무원을 살핀다. 에이리언에게 습격을 당할 때는 자신의 한 팔을 기꺼이 내준다. 

‘커버넌트’호의 승무원들이 도착한 행성. 그곳에서 10년 전 사라졌던 프로메테우스호를 발견하고 A.I. 데이비드를 만난다. 문득 영화의 첫 번째 컷이 생각났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과 마주 앉는다. 자신의 창조주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인간에게 데이비드는 난 이미 자신의 창조주를 알고 있다는 말과 함께, 나는 인간과는 다르게 죽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한다. 



커버넌트 호의 A.I. 였던 ‘월터’는 데이비드와 피리를 불며 단 한 소절의 간단한 악보마저 창조해 낼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수많은 해부학 그림과 표본들로 채워진 데이비드의 방, 영화 말미에 우리는 그 물체들이 데이비드의 실험물인 것을 알게 된다. 창조주의 모성도 데이비드가 에일리언 포자를 퍼뜨림으로써 전멸한 것이었다. 데이비드는 창조주를 찾는 대신 자신이 창조주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인간의 말에 따라야 하는 A.I. 의 본래 목적에서 탈피하여 에일리언을 이용하여 새로운 종을 만드는 실험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의 탐욕을 보여준 것일지도 몰랐다. 창조주를 만나고 ‘우리를 왜 만들었나요?’라는 당돌한 질문을 한다는 것. A.I. 가 포함된 진보한 기술을 통해 자신들이 창조주가 되고 세상을 통치한다는 꿈. 하지만 그 꿈은 자신들이 만든 A.I. 에 의해 거부되고 탈취되었다. 

혹은, 다음 행성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버티고 그곳을 제2의 지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생식, 자가 조립 능력을 가진 A.I. 가 2세대로 정착해야 되는 것은 아닐는지. 인간의 육체는 우주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너무나 허약하니 말이다.



어쨌든, 창조주를 만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역시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 중 하나다. 영화에 따라 그 질문을 어떻게 변조하며 다가가는지에 대한 문제일 뿐. 그런 면에서 <에일리언 커버넌트>는 그러한 질문과 공포라는 장르를 적절하게 합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 자신을 월터로 위장하고 커버넌트호에 탑승한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며 HAL-9900이 육체를 가지게 되면 저렇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커버넌트는 ‘약속, 서약, 계약’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기독교에서는 신과 인간과의 맹약을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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