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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Jun 07. 2017

무제

길을 걷다가 얼굴에 거미줄이 걸렸다. 두 볼과 인중 사이를 가르는 거미줄 - 

뜨거운 것도 아니고, 불쾌한 것도 아니지만 나는 그것을 황급히 떼어난다.

돌이켜생각해보면

내가 거미줄에 걸린 것은 거미가 거미줄을 치기 전의 그곳과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난 뒤 - 

그 곳를 내가 첫 번째로 횡단했다는 뜻이었다.

순식간에 개척자로 바뀐 내가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간다

그 길이 나만이 가는 길이라도, 그 길을 돌아가느냐 개척하느냐는 다르다.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는 일은, 같은 시간대에서는 나만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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