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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y 23. 2017

독일-아랍어 시간



- 나는 유튜브에서 DW(Deutsch Welle; 독일 국제방송) 채널 두 가지를 구독한다. 뉴스가 나오는 DW와 독일어를 배울 수 있는 DW-Deutsch Lernen이 그것이다. 자주 보진 않지만,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라던가 내가 관심 있는 에너지 쪽 뉴스가 나오면 알아들을 수 없어도 최대한 들으려고 노력한다. 

근데 최근에는 그 채널에 아랍어로 된 동영상 클립들이 다수가 올라오는 것을 알았다. 거의 모든 채널은 독일어나 영어였는데, 왜 갑자기 아랍어로 된 동영상의 수가 증가한 것이었을까?



- 한편,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보다가 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나오는 동영상 역시 접하게 되었다. 그녀의 정당인 CDU(기독민주당) 회합 자리에서 그녀는 아프간 난민 소년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는 유창하진 않지만, 독일어를 쓰며 그녀와 대화하고 메르켈 역시 계속 독일어를 배우라며 아이를 북돋아 준다. 이때 아이가 내뱉은 말은 “너무 행복해요.”

http://tv.naver.com/v/1276651



-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전 유럽에는 난민 문제가 불거졌다. 반反난민 정서가 퍼지기도 하고, 브렉시트가 확정 나는 등 여러 혼선이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난민에 우호적이었던 독일은 난민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짰고, 수만 명의 난민이 독일로 건너왔다. 아프가니스탄은 아랍어를 사용하진 않지만, 시리아를 비롯한 많은 중동국가들은 아랍어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난민들을 받아들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에 그들을 흡수시키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언어’ 일 것이다. 



- 아마도 이런 이유로 인해 DW에서 아랍어로 된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난민들은 받아들여 사회에 녹여들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는 이렇게 ‘언어적’인 방향으로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도르트문트와 모나코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당일,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탄 버스 주위에서 폭탄이 터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뉴스에서는 이 일이 IS의 소행이라는 보도를 냈고, 많은 사람들은 또다시 난민을 걸고넘어졌다. 다음날 경기는 진행되었고, 도르트문트는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 후 일주일, 후속 뉴스에서 폭탄테러의 소행이 IS가 아닌 주가조작을 노린 해프닝임이 밝혀졌지만, 그 뉴스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 독일은 작년 올해의 단어로 postfaktisch(탈진실)을 내걸었다. 매스미디어의 시대에 위와 같은 의도된 오보들은 팩트를 격하시켜 그것 역시 대안 팩트로 만들어버린다. 팩트를 ‘틀린 것’으로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가짜 정보, 가짜 뉴스를 퍼트림으로써 진실을 묻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개방되었던 유럽을 다시 폐쇄적으로 만들고 있다.



- 이런 점에서, 독일의 행보는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벌써 펼쳐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다문화 가정. 나는 지구가 ‘평화와 화합’을 슬로건으로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스에 오르내리는 건 ‘핵무장’이나 ‘외국인 배척’ 그리고 서로 다른 정당에 대한 폄하뿐임이 아쉽다. 앞으로 남은 21세기는 퇴보가 아닌 더 좋은 사회로의 내딛음이 되어야 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적대감과 적개심을 버리고 국경이 아닌 ‘지구’ 그 자체로 하나가 된다는 마음을, 특히 국가의 통수권자들이 마음속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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