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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Oct 08. 2017

<블레이드 러너 2049>

안드로이드는 아기 양의 꿈을 꾸는가?

*영화 내용이 언급되니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신 후에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이하 ‘2049’)는 멀지 않은 미래, 인간을 모방한 레플리칸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작 <블레이드 러너>는 타 행성에서 반란을 일으킨 레플리칸트를 사냥하는 경찰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주인공이다. 전작의 레플리칸트는 외모로 모아서는 인간과 구별할 수 없지만 수명이 4년이고, 눈동자 아래에 일련번호가 적혀있는 차이점이 있었다. 데커드는 탈출한 레플리칸트와 싸우게 되는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인지한 레플리칸트는 데커드를 살려준다. 이에 그는 레플리칸트에게서 외모뿐만 아니라 내적인 것에서도 인간성을 느끼고 ‘블레이드 러너’를 그만두고 그가 사랑한 타이렐社의 레플리칸트 신 모델인 ‘레이첼’과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블레이드 러너>는 끝이 난다. 


나는 정식 개봉일에 며칠 앞서 시사회 방식으로 왕십리 CGV에서 미리 영화를 접했다.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 리뷰를 써본다.



# 배경

<2049>는 이로부터 3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2049>에서 타이렐社는 파산하고 대신 월러스社가 등장한다. 그들은 이제 수명도 늘어난 레플리칸트를 사람들에게 보급한다. 구 모델처럼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더욱더 정교하게 설계한 레플리칸트는 훨씬 더 부드럽게 인간의 말을 듣는다. 그러나 아직 구 모델의 레플리칸트들이 남아있었고, 이를 신 모델인 K(라인언 고슬링)이 사냥한다. K 역시 ‘블레이드 러너’다.



# 드니 빌뇌브

이제 그는 세계구 급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는 음향과 영상에서 특히 뛰어남을 보여준다. <시카리오>와 <컨택트>에서 그랬듯 그는 <2049>에서도 환상적인 비주얼과 압도적인 음향 효과로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드린다. LA는 사이버펑크 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전작과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영화에서는 고철처리장과 사막폭풍 지대 또한 나오는데, 이들은 마치 다른 기후대를 보는 것처럼 각각이 모두 잘 구분되며, 소품 또한 정교하다.


# 인간 대 레플리칸트

외모로는 더 이상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린 레플리칸트. 이제는 수명마저 4년보다 길어졌다. 이제 인간과 레플리칸트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자가 생식능력이다. 스스로 번식할 수 있어야 조물주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작에서 수명의 한계를 이야기했다면 <2049>에서는 생식에 대한 담론이 이루어졌다. 레플리칸트가 만약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의 아랫단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 인간의 대한 의존성에서 탈피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것이다. 



#  <2049>에서 볼 수 있었던 <Her>

주인공 K는 실체와 교제하는 대신 홀로그램으로 생성된 ‘조이’와 연애한다. 감촉 없이 목소리와 영상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점은 영화 <Her>과 닮았다. 주인공이 이런 ‘실체 없는 존재’에게 애착을 가진다는 점도 같았다. K 역시 자신이 모든 돈으로 더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조이’가 집 안뿐 아니라 집 밖에서도 돌아다닐 수 있게 해준다. 


재미있는 건, ‘조이’를 구입한 주체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인 레플리컨트 ‘K’라는 것이다. 인간-레플리칸트-조이로 이루어지는 세 단계의 연결고리. 하위 단계의 존재가 상위의 존재를 부러워하는 구조다. 인간과 레플리칸트는 육체가 있다는 공통점. 레플리칸트와 조이는 인공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중에서 ‘조이’는 인간과 K는 모두 A, T, C, G(DNA를 이루는 네 가지 염기)로 이루어져 있고 자신은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는 재미있는 대사를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DNA 역시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곱씹어본다. 



# 환상과 현실 사이

1982년 작품 <블레이드 러너>는 본래 SF작가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출발했다. 꿈은 환상에 대한 이야기로 종종 연결된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논란이 됐던 것은 과연 주인공인 데커드가 인간이냐 레플리칸트냐에 대한 질문이었다. <2049>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K는 과연 만들어진 레플리칸트인가 아니면 레플리칸트의 자궁에서 ‘태어난’ 레플리칸트인가? 이를 섬세하게 표현한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그는 지금 우리 집 거실 텔레비전에서 <라라 랜드>의 주인공으로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 춤을 추고 있다.


# 인간보다 인간 같은

로봇이나 복제인간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종종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주인공들이 표현된다. <터미네이터 2>에서의 터미네이터가 그랬고, <스타워즈 : 로그 원>에서 K-2SO는 유일하게 농담을 할 줄 아는 등장인물이었다. 전작에서 데커드가 상대 레플리컨트에게 인간성을 느낀 것처럼, 나 역시 <2049>에서 등장하는 많은 레플리컨트에게 인간성을 느꼈다. <2049>의 인간들은 K에게 삿대질을 해대기 일쑤다.(속칭 ‘껍데기(Skinny)’라고 조롱한다.) 하지만 영화 내내 보여준 레플리컨트와 K의 대사들은 그들이 오히려 더 인간답게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슬픔을 느낄 때 울음을 흘리고 고뇌할 줄 안다. 



#  SF

결국 SF는 미래의 우리들에게 닥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일을 제시한다. 우리의 모습을 꼭 닮은 레플리칸트를 어디 범위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설계를 할 때 수명은 얼마나, 생식능력은 주어져야 하는가?(테드 창의 소설 <소프트웨어 생애의 객체 주기>에서도 사이버 아바타 펫에게 성(性)을 주어져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을 생각하게 한다.) 레플리칸트가 비록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들 스스로 번식하는 능력을 가진다면 인공물에서 이종異種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때 다가올 사회의 혼란, 법 개정 같은 문제들은 파도가 밀려오기 전에 미리 방벽을 세워놓아야 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 별점 8.0/10.0


※ 느낀 것들(스포일러 있음)

-데커드는 결국 자신이 사냥하는 존재인 레플리칸트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빚지게 되었다.

-K가 데커드를 찾을 때, 그와 과거에 일한 적이 있는 사람을 찾아간다. 그는 K와 대화를 나누며 종이로 ‘양’을 접는다.

-<Her>에서 아만다는 현실의 여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입힌 채로 관계를 맺는 장면이 나오는데, 본작의 '조이'역시 비슷한 행동을 취한다.

-전작을 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대사와 장면이 나오니 더 반가울지도?

-SF는 전작 잇기가 대세인 것 같다. ‘스타워즈’와 ‘스타트랙’을 필두로 예전 SF들이 리메이크를 하거나 다음 편이 나오고 있다. 해리슨 포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7>에도 나오고 그의 다른 대표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도 나이 든 모습으로 출연하게 되었다.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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