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ulturHeft

미완의 폐허

북서울 미술관 2019 타이틀 매치

by soripza


서울 시립 북서울미술관에 찾아갔다. 처음이었다.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쯤 걸렸다. 6호선을 타고 위로 올라가 태릉입구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서 도착한 곳은 하계역. 미술관은 하계역에서 10분쯤 걸으면 나왔다. 미술관이 있는 곳은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었는데, 시민들이 나와서 장터를 열고 어린이들이 물총놀이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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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문한 시점에서 미술관에는 총 두 개의 전시가 있었다. 하나는 ‘미완의 폐허’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또 하나는 어린이용 전시인 ‘공간 상상’이었다. 나는 이 중 <미완의 폐허>에 대해서 느낀 단상들을 적을 것이다.


-. 스티로폼으로 사람 모형을 만든 작품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도슨트의 말에 따르면, 작가는 스티로폼을 자신이 잘라내지 않고 공장에서 포장을 위해 잘리고 남은 것들을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상품의 보존과 단열을 위해 제품을 ‘감싸고’ 있는 것, 하지만 그것마저 ‘쓰고 버려진’것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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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이라는 소재는 완전히 인공적인 것이다. 상품이 완성되기 위해서 부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겨진 스티로폼은 찌꺼기의 의미가 크다. 이것을 조합해도 깔끔한 형태가 되기는 힘들다. 그래서 미완이 된다. 수십 개가 되는 인간 형상에는 다 이름(이라기 보단 직업이나 특정 인간 군상; 군인/약사/양아치 같은)이 적혀 있었는데, 어떤 것은 납득이 됐지만, 어떤 것은 왜 이런 의미를 붙였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다.


-. 김홍석의 작품이 있던 공간은 회색 페인트로 칠해졌는데, 그 마저도 ‘미완’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벽을 깨끗하게 다 칠하지 않고 남겨두는 방식을 취했다. 보통 전시가 열리면 모든 벽면이 흰색으로 돼있거나(화이트 박스) 그때그때 주제에 맞게 한 가지 색으로 칠하곤 한다. 이것이 관습이 저항인가. 한편으론 1차원 적인 것은 아니었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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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었던 건 벽에 걸어진 액자 속의 작품들. 글자를 휘갈긴 것도 있고, 미술이 작가와 관객 사이에서 어떻게 전달되는지 열심히 설명해 놓은 것도 있었다. 제일 웃겼던 것은 요상한 하루에 관한 일기. 여자 친구와 방에서 섹스를 하다가 어머니에게 걸리고, 아버지-개-바람-태양의 순서로 그 말을 듣고 놀랐다는 내용(…)이었다. 어쨌든, 액자 속에 있던 수많은 것들도 미완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찬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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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석의 작품은 주로 VR로 이루어져 있었고,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한 방에 있던 두 가지의 작품이 끝이었다. 그는 폐허가 된 북서울미술관을 VR로 만들었다고 하였으나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VR이 준비된 것이 3개밖에 없었지만, 대기 줄이 9명이나 있어서 한 시간 반을 서서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예산 문제로 인하여 스마트폰과 VR기기를 좀 더 많이 가용하지 못했을 테지만, 이런 점은 아쉬웠다. 그래서 서현석의 작품을 논하기엔 내가 본 것이 적어 어렵다.


여하튼, 방에 있던 작품은 천사상像이 넘어진 모습과, 한쪽 벽에 창으로 보이는 또 다른 작은 천사상이었다. 동일하지만 크기는 다른 물체를 하나는 방 안 쪽에, 하나는 건물 바깥에 배치하면서 어떠한 효과를 노리려고 한 것일까. 우선 방 안에 있는 천사상은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천사상의 존재로 인해 거의 텅 빈 미술관 방마저 이미 폐허가 된 건물은 아닌지 느끼게 됐다.


여담으로, 전시 첫날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천사상을 똑바로 세워놓았다고 했다.


-. 서현석의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유는 또 하나 있었는데, 바로 특정 시간대에만 열리는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내가 미술관을 방문했던 토요일(전시가 시작되고 바로 다음날)에는 퍼포먼스 일정이 없었다. 미리 확인하고 왔으면 더 좋을 일이었는데, 평일에 지방에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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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서울 미술관의 도슨트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 미술관에서 일하시는 직원분이었다. 전공자가 아니시다 보니 주로 설명해주시는 말도 팸플릿에 있는 문장이었고, 본인의 감상을 중심으로 말씀하시다 보니 작품에 해석이나 개념적인 부분을 원한 나로서는 미술관의 시스템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 어린이 전시가 항상 열리고, 근처에도 공룡 공원 같은 아이들 시설이 많아서 미술관 내부에도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러니까, 북서울 미술관이 좀 더 포커스를 맞춘 것은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단위의 관람객이었던 것 같다. 다음 주에는 한국 근대화가들의 작품전이 열리는데, 다음 주에 오는 게 어땠을까..라는 후회 아닌 후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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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가 끝나고는 근처에 있던 노원 우주 학교에 가봤다.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지만, 어떻게 해놓았을 까 궁금해서 2천 원을 주고 들어갔다. 하지만 내부는 실망. 초등학생들을 위한 시설인 것 같지만, 전시실이 너무나 비좁았고 내용도 부실했다. 또한 내용은 중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었다. 천문대가 있어서 그것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설의 목적이 어중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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