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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스댄스댄스 Sep 05. 2023

『미국의 자연관 변천과 생태의식』 서평

 


 수백만 년 전 지구상에 현생 인류가 출현한 후, 인류와 자연은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관계해 왔다. 자연은 인류에게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도구를 제공했지만 한편으로는 재해와 기근, 질병 등으로 고통을 주어왔다. 또한, 인간은 동식물을 기르며 자연을 돌보는 반면, 문명과 도시를 건설하는 재료와 도구를 자연에서 착취하였다. 이렇게 인간과 자연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영향에 조금씩 적응했던 익숙한 관계였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류와 자연은 다른 식으로 관계를 맺었다. 유럽에서 이주한 청교도인들에게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은 낯선 공간이었고, 또한 아메리카의 자연에게도 발달된 문명을 가지고 들어온 청교도인은 낯선 존재였다. 아마도 시간이 어긋난 만남에 의한 이런 낯섦이 미국의 자연관 형성에 영향을 끼쳤고 생태학을 태동시켰으며, 환경보호, 보전에 대한 인식을 낳았을 것이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부터 독립과 서부개척, 산업화, 그리고 현대까지, 각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통해 미국 사회가 바라보는 자연관의 변천을 조망한다. 초기 청교도인들은 미국의 자연을 두 가지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버지니아를 중심으로 한 이상향 ‘아르카디아’의 실제로 바라보는 시각과 뉴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한 ‘울부짖는 황야’로 바라보는 시각이 공존하였다. 유럽을 의식하여 나타난 ‘아르카디아’로서의 자연은 유럽의 부정적인 현실에 대항하는 시각이었다. 한편, ‘울부짖는 황야’로서의 자연은 예형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들이 신대륙에 이주한 것을 마치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으로 가기 위해 오른 고난의 여정에 비유하며 자연을 미지와 공포의 세계로 여겼다.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아버지의 나라 영국을 극복하고 독립의 정당성을 세우기 위해 국가 정체성을 찾아야만 하였다.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사람(유럽인)의 손이 타지 않은 장엄하고 신성한 자연은 미국의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상징이 되었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미국을 ‘자연의 나라’라 칭한 것은 미국에서 자연이 차지하는 의미를 잘 보여준다. 또한 윌리엄 바트램은 『여행기』에서 다양한 동식물을 분류하고 기록하며 ‘하나의 미국적 정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인간과 모든 생물에 신성이 깃들어 있음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생태중심적 시각의 뿌리가 되었다. 한편, 페니모어 쿠퍼의 『개척자들』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자연을 착취하는 인간중심적 자연관, 자연을 도구로 보지만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중심적 자연관, 생태중심적 자연관-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켰으며, 그들의 갈등을 통해 이 세 가지 관점을 뚜렷이 드러냈다.


  19세기에 미국의 산업화로 인간의 손길이 자연 깊숙이 미치게 되고 심각한 자연훼손이 일어나게 되었다. 생태학적 자연관의 출발이자 미국 자연기(nature writing)를 대표하는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 인간중심의 시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묘사하고자 시도했다. 또한, 문명사회에 오염되고 인간중심적 자연관에 매몰된 인간에 비판을 가하며 자연 속에서 그 오염을 정화시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나 자신이 지은 오두막에 사용된 재료의 가격을 자세히 제시하거나 콩을 심고 가꾸는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자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면밀히 제시하며 이를 실천하기를 힘주어 말한다.


  이런 생태중심적 자연관은 19세기 중후반으로 넘어가며 따라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시기에 헤츠헤치 계곡 댐을 건설을 계기로 하여 자연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대립하였다. 그중, 기포드 핀쇼가 중심이 된 인간중심적 자연관은 자연을 인간의 삶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자연을 보호(conservation)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시에라 클럽을 창설한 존 뮤어는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우위에 있지 않고 모든 존재는 동등하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전(preservation)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논쟁으로 인해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고 보전주의는 미국에서 최초의 국립공원이 설립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양차대전과 환경파괴로 인한 인간이성에 대한 회의와 반성으로 여러 분야에서 세계관의 큰 변화가 있었다. 1949년 앨도 레오폴드가 『샌드 카운티 연감』에서 주장한 ‘대지 윤리’는 현대적 의미의 생태중심 자연관을 집대성하였다. 대지윤리란 인간을 포함한 생물뿐만 아니라 산, 돌, 물과 같은 무생물까지도 하나의 공동체로 여기고 이 모든 것을 윤리적 고려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개념이다. 즉, 프랑스혁명에서 인간의 천부인권을 선언하였던 일처럼 그는 대지윤리라는 개념에서 천부자연권을 주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메리 오스틴의 『갈수의 땅』은 사막을 능동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자연훼손과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동등한 문제로 지적하였다. 그 글의 첫 문장인 “법이 아니라 그 땅이 한계를 설정한다.”는 인간(남성)중심적 사고의 해체를 강조한 초기 에코페미니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이 시기에 생태중심주의 생태학이 깊이 있게 논의되었고 과학적으로 지구생태계를 탐구하게 되었다.


  생태중심적 세계관이 널리 퍼진 20세기 중반에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은 생태계 파괴에 대한 과학적이며 동시에 인문학적인 고발로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핵전쟁 같이 지구를 멸망시킬 무서운 힘과 살충제와 같이 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자연을 위협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공포는 환경문제에 대한 두터운 대중적인 담론을 형성하였고,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을 널리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에 따라, 환경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는 심층생태주의와 인간중심주의의 대립이 있었다. 심층생태학을 기반으로 한 심층생태주의는 자연의 모든 존재는 스스로의 큰 자아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인간에 의해 자행된 환경훼손을 인간이 과학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넘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반해, 새롭게 해석된 인간중심주의는 심층생태주의의 파시즘적 성격, 즉, 자연을 중심에 놓게 됨으로써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인간소외현상을 비판하며 인간의 이성을 통한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논쟁과 대립 속에서 현대의 생태중심주의가 인간의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 사회문제 등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생겨났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문학이 에코페미니즘이다. 에코페미니즘은 인간에 의해 소외되고 고통받는 자연과 남성에 의해 소외되고 고통받는 여성을 동일한 선상에서 바라보았으며, 이를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였다. 린다 호건의 『태양 폭풍』은 사회적으로 피해를 본 어머니에 의해 상처 입은 딸이 타인과의 소통과 유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이를 치유하고 극복해 나가며, 더 나아가 직접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모습을 그려낸다. 에코페미니즘은 생태중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메리칸 원주민의 삶 속에 녹아있는 유대감과 관계의 중요성으로 논의를 확장하였다는 데서 그 의의가 있다.


  에코페미니즘 문학에서 보여주듯이, 현대 미국의 생태문학은 생태중심주의가 자연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과 공존하는 자연의 문제, 그와 더불어 인간이 맞닥뜨린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 큰 변화 중 하나로, 자연만을 다룬 녹색 경관(green landscape)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공간 속의 자연을 그리는 갈색 경관(brown landscape)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시골/자연’ 대 ‘도시/문명’의 이분법적 시각을 탈피하고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하려는 현실주의적 시각이 생겨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가 지구온난화, 에너지고갈, 원전문제 등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가져야 함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자연관이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그 인식이 세계의 자연관에 끼친 영향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두 가지의 큰 문제-인류가 스스로의 힘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점과 인류에 의해 상처 입은 자연이 복수하여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점-가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의 자연관 변천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오랜 시간 동안 아메리카 대륙의 장엄한 자연과 외롭게 대면하고 고민하며 내린 생태주의자들의 잠정적 결론은 “자연 속에서 인간과 모든 생물이 공존해야 한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이 자연을 보호, 보전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문제가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인 이 시점에, 이 결론이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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