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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스댄스댄스 Oct 19. 2023

취미는 드럼, 어깨에 힘을 빼 (4)

어깨에 힘을 빼.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당시 학교를 떠나던 음악 교사 친구 놈의 부탁으로 3년 정도 밴드부를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였다. 밴드부 동아리 담당은 생각보다 자질구레한 일이 많고 부담이 된다. 그래도 덕분에 별관 음악실을 전세 내어 심심하면 혼자 드럼을 치며 놀기도 하였다. 다른 개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 대신 방과후에 학교에서 드럼을 조금 치고, 집에서 아내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드럼패드를 두드렸다-시끄러웠을 텐데 별 불평하지 않은 아내에게 감사하다-. 그것도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턴 힘들어졌다. 다시 올 초에 세 번째 학교로 옮겼는데. 어머나. 이 학교 음악실과 밴드부실은 방음이 안된 일반 교실이었다. 이렇게 큰 학교에 그런 시설 하나 없다니. 아주 가끔, 정말 아주 가끔 밴드부실에 몰래 들어와 5분 정도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내게 재즈를 전수해 준 후임 놈은 한 때 스네어 백비트 소리를 찾기 위해 한 달 정도를 왼손으로 스네어 드럼만 '팡, 팡' 치며 소리 연구를 했다고 한다. 박자감을 익히기 위해 메트로놈 속도 40부터 200까지 조금씩 올리며 같은 리듬을 연습하기도 한다. 잘 들리지도 않는 디테일한 고스트 노트*를 표현하기 위해 아주 작은 볼륨으로 빠르게, 하지만 고르게 치는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양손과 양 발을 분리시키는 인디펜던스* 연주를 몸이 의식하지 않게 자동화하기 위해서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운동이나 다른 악기 연주에서도, 또 글을 쓸 때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드럼 연주에서도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 어깨에 힘을 뺀다는 게 무엇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드럼을 연주할 때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지 빠졌는지 잘 파악이 안 된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그냥 스틱을 든 손을 아래로 두고 어깨를 몇 번 털라고만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게 되었다. 또한, 시간과 집중력을 요하는 연습을 악착같이 하지 않는다. 그저 아주 가끔 세트드럼에 앉아 5분 정도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거나, 손목과 발목만 살짝살짝 움직이며 혼자 에어드럼을 칠 뿐이다. 부끄럽게도 한 때 연습량에 비해 연주를 잘하는 감각이 있는 '드러머'라고 스스로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자뻑에서도 많이 멀어졌다.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드럼과 음악은 뒤로 많이 밀려난 듯하다. 그냥 적당히 가끔 지저분한 연주라도 하며 즐겁게 지낸다. 혹시 이런 게 어깨에 힘을 뺀 건가? 모르겠다.



* 고스트 노트(ghost note): 들릴 듯 말 듯한 연주로 소리를 채워주는 연주인데, 드럼에서는 보통 스네어 드럼 백비트 사이에 아주 작게 리듬을 넣는 연주법이다. 주로 펑키한 곡이나 재즈의 컴핑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 연주 영상을 보면 왼손 스네어가 정말 바쁘게 움직이는데 소리는 거의 안 들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고스트 노트이다.
* 인디펜던스(independence): 사지분리 연습으로 하나의 박 속에서 양손과 양 발로 다른 리듬을 연주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른 부분으론 A리듬을 연주하면서 왼 발은 메트로놈처럼 박자에 따라 하이햇 페달을 밟는다던가, 왼손은 2 연음을 치고 오른손은 3 연음을 동시에 칠 수도 있다. 익숙한 리듬에서 갑자기 낯선 리듬을 추가하여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연주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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