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인도를 느릿느릿 걸어가는
통 유리창 너머의 노인
비가 그친 금요일 오후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의
함께 느려지는 발걸음
노인의 오른손에는
여름을 담은 장바구니
정갈하게 차려진 저녁 밥상
오래 바뀌지 않는 신호등
해가 길어지고 있어요
장바구니 나의 하나뿐인
그 안에 담아온 것들로
밥을 짓고 미소를 짓고 시를 짓고
오늘은 집에 들어가는 길에
도넛을 조금 사서 갈 예정
각자의 식탁을 향해 걸어가는
배고픈 사람들의 걸음걸이
얕아진 잠의 때늦은 허기에는
적당히 차려 나누어 먹을
친구 가족 나의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