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모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오 Jun 29. 2022

6월의 날씨

벗은 몸으로 살아간다면
하늘과 우리 사이에
무엇도 둘 수 없다면
우리는 날씨에 의연했을까

나는 더 이상 현관에
투명한 우산을 모으지 않아도 되고
투명한 우산들과
툭툭 울지 않아도 되고

집들은 나란히 아담하고
같은 어둠을 보다가 잠에 들고
달빛 안 드는 구석에
어린 쥐들처럼 웅크려서

꼭 껴안아야 할 날씨와
거리를 두어야 할 날씨를
분홍빛 피부처럼 알 테고

날씨라는 것은
알아도 어찌할 수 없는 것
힘없는 말들을
예보처럼 주고받을 테고

비가 오려나 보다 같은 말만이
여전하겠다
길어지는 정적 속에
문득 쏟아지는

매거진의 이전글 노인과 밥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