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몸으로 살아간다면
하늘과 우리 사이에
무엇도 둘 수 없다면
우리는 날씨에 의연했을까
나는 더 이상 현관에
투명한 우산을 모으지 않아도 되고
투명한 우산들과
툭툭 울지 않아도 되고
집들은 나란히 아담하고
같은 어둠을 보다가 잠에 들고
달빛 안 드는 구석에
어린 쥐들처럼 웅크려서
꼭 껴안아야 할 날씨와
거리를 두어야 할 날씨를
분홍빛 피부처럼 알 테고
날씨라는 것은
알아도 어찌할 수 없는 것
힘없는 말들을
예보처럼 주고받을 테고
비가 오려나 보다 같은 말만이
여전하겠다
길어지는 정적 속에
문득 쏟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