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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오 Jul 04. 2022

아침마다

나는 꿈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태몽 속에서 어머니가 나를 훔쳐온 거야
꿈은 나를 보내고 한참을 울었대

매일 아침이 지옥이 되는 이유를 아니?
사랑한다고
말한 줄 알았는데 꿈을 꾼 거였더라고

꿈에서는 잘린 나무 밑동에 앉아서
나이테를 세고 있으면 누군가 밥을 주더라고
부모님은 아니었어 혼자 차려먹는 날이 잦았으니까

어머니는 나를 훔쳐온 거야
나무를 잔인하게 베어버린 거야 쉽지 않았을 텐데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꿈속에는 오지 마소서
그러면 정말 곤란해질 거야

나무는 생전에 손바닥 모양 잎을 가졌대
태양볕에 바싹 익어가며
그늘 아래의 아이는 혼자서도 쑥쑥 자라나서
사랑한다는 말은 갈수록 어려운 일

아침마다 이유 없이 눈물이 고이는 이유를 아니?
꿈 없는 잠은 사실 거짓말이래
생각나지 않는 꿈이었던 거래

무성한 여름에는 잘린 나무 밑동에서도
초록색 순이 올라오는 계절에는 떠올라
내가 아직 꿈 속이던 때

이제는 어느 곳도 완전하지 않은데
모두 사랑하라고 하네
아침마다 눈뜰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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