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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오 Jul 07. 2022

사랑이 머물던 자리

오늘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사랑이 머물던 자리에는 지금

무엇이 머물고 있는가


그녀를 사랑하는 동안 하지 못한 일을 하리라

몇 달 전의 다짐이었으나

사랑이 머물던 자리가 비었으니

요즘 시대에 세줄 곳은 널렸으니

혼자된 날의 생각이었으나


달라진 것 없는 아침을 맞았다

흔적조차 남지 않는 상실에는

상실의 감각만 있을 뿐 메울 길 없다는 내용의

꿈을 꾸었다


어찌 사랑을 한다고 말했을까

사랑은 종양처럼 속에서 조용히 자라났지

애쓰고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날카로운 시간의 단면이

어제로 부를 것과 오늘로 부를 것을 새로 가르칠 때

무엇을 잃게 될지를 들은 바 없다


사랑이 머물던 자리가 어디인지도

들은 바 없다

떨리는 손목 근처던가

때로 리듬을 잃는 심장 언저리던가

접힐 때마다 아린 왼쪽 무릎 뒤편이던가


증명할 길 없는 환상통

버린 것 없이 살아온 사랑이

자리를 잃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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