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사랑이 머물던 자리에는 지금
무엇이 머물고 있는가
그녀를 사랑하는 동안 하지 못한 일을 하리라
몇 달 전의 다짐이었으나
사랑이 머물던 자리가 비었으니
요즘 시대에 세줄 곳은 널렸으니
혼자된 날의 생각이었으나
달라진 것 없는 아침을 맞았다
흔적조차 남지 않는 상실에는
상실의 감각만 있을 뿐 메울 길 없다는 내용의
꿈을 꾸었다
어찌 사랑을 한다고 말했을까
사랑은 종양처럼 속에서 조용히 자라났지
애쓰고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날카로운 시간의 단면이
어제로 부를 것과 오늘로 부를 것을 새로 가르칠 때
무엇을 잃게 될지를 들은 바 없다
사랑이 머물던 자리가 어디인지도
들은 바 없다
떨리는 손목 근처던가
때로 리듬을 잃는 심장 언저리던가
접힐 때마다 아린 왼쪽 무릎 뒤편이던가
증명할 길 없는 환상통
버린 것 없이 살아온 사랑이
자리를 잃는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