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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디푸스 Jul 03. 2019

강제 말 놓기

(feat. 저는 말을 들고 있을 체력이 돼요)

  우리나라에선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게 아주 흔하고 자연스럽다.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서 말을 놓거나 존댓말을 쓴다. 하지만 나이가 많을 놓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군대에서는 계급이 기준이다. 나이 차이가 있어도 동기는 서로 말을 놓고 나이가 많아도 나보다 후임이면 말을 놓고 나이가 적어도 선임이면 말을 높인다. 사회에서도 나이만으로 말을 놓거나 존대하지는 않는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에게 말을 놓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나이 적은 상사에게도 말을 놓친 않는다. 나이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도 언어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학창 시절 한 살 많은 선배에겐 깍듯하게 존댓말을 쓰지만, 집에서 서른 살 많은 부모님에게 반말하기도 한다. 서른 살 많은 부모님에게 반말한다고 해서 부모님 또래 어른들 아무한테나 반말하지도 한고, 한 살 어린 후배에게 반말하면서 10살 어린 다른 누군가에게는 존댓말을 쓰기도 한다. 이처럼 언어의 선택은 단순하지고 않고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서 정해진다.


  회사생활에서 아무리 친해도 말을 놓지 않고 호칭도 직급으로 부르는 부류가 있고, 보자마자 나이에 따라 말을 놓고 몇 번 더 만나면 형&동생, 언니&동생 하는 부류도 있다. 이런 것들은 개인적인 성향을 많이 받지만, 회사 분위기의 영향도 받는다. 두 부류 어떤 것이든 옳고 그른 것이 있을까?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쁜 것이 있을까? 어떤 것이든 장, 단점은 있고 어떤 것이든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가 있다. 회식 자리에서 서로의 나이를 묻다가 “ 어, 두 사람 동갑이네? 서로 친구네. 말 놔.”라고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상대방에게 서로 말을 놓으라고 강요(?) 하기도 한다. 서로는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데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친구가 되고 강제로 말을 놓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서로 말 놓고 싶었는데 눈치를 보다가 기회가 돼서 좀 더 빨리 말을 놓게 되고 더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말을 놓고 안 놓고는 당사자들 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이 차이 나도 서로 말 놓고 지낼 수도 있고 동갑이거나 상대방이 어려도 존댓말 쓸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그것은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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