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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디푸스 Aug 08. 2019

과장이 아닌 대리로 입사한  이유

연공서열

  면접에 합격하고 연봉 및 처우 관련 협의를 할 때였다. 인사팀에서 전화가 와서 "과장이 아닌 대리로 입사해도 괜찮을까요? 대신 희망 연봉은 맞춰 드리겠습니다."라고 물어봤다. 이유는 또래의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급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보이는 것이고 연봉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춰진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선 연봉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엄포도 놓는다. 전 직장에서의 직급이 과장이었지만 업무가 100% 일치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과장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에 과장으로 입사하는 것보단 대리로 입사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남들보다 빨리 진급하고 싶지도 않고 진급에 크게 욕심도 없다. 그리고 다 돈 벌려고 일하는 것 연봉만 맞춰준다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연봉으로 계약하지 못했다. 회사에선 고정적이지 않은 연말 상여금과 미래의 연봉까지 끌어와서 나의 희망 연봉과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직급도 연봉도 호구 잡혔다.


  입사를 하고 보니 회사에서 또래 동료들과의 관계를 들먹이며 과장이 아닌 대리를 제안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입사하기 전에도 충분히 알 수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연공서열'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들은 능력 우선주의를 표방하지만 들여다보면 연공서열의 경향이 강하다. 직급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실력이 아닌 나이가 더 중요한 요소가 기도 한다.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도 나이를 많이 따진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팀 내 막내 사원보다 나이가 많거나 동갑인 사람은 뽑기를 꺼려한다. 그리고 경력 사원을 뽑을 때도 팀 내 인원들의 경력과 나이를 고려해서 구직자의 서열을 어느 정도 가늠한 다음에 나이를 따지는 경향이 강하다. 입사를 하고 보니 나이와 직급의 역전 현상은 극히 일부였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심한 것 같았다. 나이=직급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리고 몇 년 다니면서 해마다 진급발표를 지켜보니 회사에서는 몇몇 사람끼리 보이지 않는 그룹으로 묶어서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같은 그룹에 소속되면 진급도 같이하고 진급 누락도 같이 한다.  


  나의 실력이 아닌 나이로 직급이 정해진다는 것이 썩 좋지는 않다. 능력이나 성과로 평가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내가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어쩌면 연공서열의 수혜자일지도 모른다. 연공서열은 능력 및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고 거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나이 문화가 더해져서 생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검찰 조직에서는 기수문화가 강하다. 새로운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마다 검찰 조직의 기수문화는 화재가 된다. 동기나 후배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동반사퇴로 옷 벗는 검사들이 많다.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후배가 선배를 지휘하기가 편치 않으니 '후배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이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반대로 '후배의 지휘를 받는 게 자존심 상해서'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능력을 떠나서 기수가 조직 내 위치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찰들은 검찰 조직을 떠나서도 변호사 개업 등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서 사퇴를 할 수 있을 수 있다. 반면에 보통의 직장에서는 후배가 상사로 있어도 그 상황이 자존심 상하더라도 회사를 떠나서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서 참고 다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반일들이 보기에는 검찰들의 동반사퇴가 더욱 의하 하게 비칠 수도 있다.


  조직 내에서 나의 윗 기수들이 많이 있어서 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어쩌면 계속 진급을 못하고 만년 과장으로 머무를 수도 있다. 반대로 윗 기수들이 적으면 금방 진급하고 높은 자리에 앉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윗 기수 인원이 많고 적음은 본인의 노력과는 전혀 무관하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줄이리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연공서열은 조직 관리 측면에서는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성과 측면에서는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연공서열을 비판하면서도 실제로 조직에서 연공서열을 없애고자 한다면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아이러니하다. 연공서열은 싫지만 연공서열이 없으면 후배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현재 상황과 위치에 따라서 조사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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