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노력은 이후 세대들이 누릴 혜택이다
위의 사례를 보면 에어컨 설치 기사분들은 고생만 하고 다른 혜택은 별로 보지 못했고, 세탁기 설치 기사분은 에어컨과 냉장고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해방과 전쟁 이후 경제성장을 이룬 세대들이 있었고, 민주화를 이루어낸 세대들도 있었다. 에어컨 설치와 냉장고 설치에 비유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토대 위에서 성장해왔으며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많은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부족한 점들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민주사회이며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내가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나의 선택도 아니고 나의 노력도 아니다. 현재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 준 윗 세대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회사일을 할 때도 어느 회사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다르고 해야 할 일이 다르다. 이제 막 창업한 회사는 아무것도 갖춰진 것이 없어서 에어컨부터 설치해야 할 수도 있고(상황에 따라 냉장고 먼저 설치해야 할 수도 있고 히터를 설치해야 할 수도 있다) 대기업은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모두 갖춰줘 있어서 청소기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몇 년 전 대기업에 다니다가 아주 작은 회사로 옮겼을 때, 부채질을 해가며 일을 해야 했고 손빨래를 해야만 했다. 대기업에 다닐 때는 내가 능력이 되는 줄 알았는데 대기업을 나오고 나니 부채질로는 더위를 식히지 못하고 세탁기는 누구보다 잘 사용했었지만 손빨래는 할 줄 몰랐다. 대기업에서 발판으로 삼았던 토대가 없어지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전에 해왔던 나의 성과는 나의 능력이 아니라 회사가 제공해주던 인프라 덕분이었다.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더욱더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어느 사회로 가든 어느 회사로 가든 이전 세대들이 이룩해놓은 토대 위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무너져버린 토대를 새로 쌓아야 할 수도 있고 토대를 다져야 할 수도 있고 토대를 발판 삼아 도약해야 할 수도 있다. 선배들이 이룩한 길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을 하며 정진해 나가고자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다음 세대들에게 새로운 발판이 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