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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디푸스 Jul 14. 2019

스피커폰 덕분에 나와 상관없는 회의에 강제 참석된다

나도 일 좀 합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생활 곳곳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보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전화 기술일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서 어디서든 연결되어 있을 수 있고 파일 전송이 편리해진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직장인들을 24시간 회사에 옥죄게 하는 단점도 있다.  이것들은 일단 미뤄두고 오늘은 컨퍼런스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예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다수의 사람들과 미팅을 하기 위해서는 모두 한 곳으로 모여야만 했다. 한 시간 미팅을 위해서 여러 사람이 기차를 타고 혹은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했고 한 시간 미팅을 하고 나면 하루가 끝났다. 해외로 가야 하는 경우엔 미팅  한 번에 며칠을 보내야 하기도 했다. 이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컨퍼런스콜'이 상당 부분 해소해줬다.  많은 회사들이 컨퍼런스콜을 할 수 있도록 회의실을 만들고 장비를 갖춰놓고 있다. 얼마 전 타업체와 컨퍼런스콜을 위해서 여러 사람이 회의실에 모였다. 그리고 미팅을 시작했는데 '이거 스피커폰이랑 뭐가 다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피커폰이 훨씬 더 잘 들릴 것 같았다. 물론 참석인원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소규모의 간단한 회의에서는 스피커폰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회의는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개인마다 들고 있는 핸드폰이 컨퍼런스콜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1.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피커폰이 사용되고 있다. 

  일을 하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내 앞자리에서, 뒷자리에서, 옆자리에서 스피커폰은 작동되고 있다. 일반 통화소리도 거슬릴 때가 많은데 스피커폰은 훨씬 거슬린다. 옆자리 동료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목소리들도 잘 들린다. 잘 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크게 들린다. 그리고 스피커 폰으로 통화할 때는 평소 통화 목소리보다 두 세배 크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안 해도 잘 들리는데 저쪽에서도 크게 말하니까 여기서도 크게 말한다. 나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볼 때도 잔잔한 클래식의 음악이나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팝송은 크게 방해를 하지 않지만 대화-관심 있는 주제는 더욱더-가 있는 라디오나 한국 노래들은 집중을 방해한다. 옆자리에서의 스피커폰 통화 역시 이쪽저쪽 말이 다 들리니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나의 집중력이 그들의 대화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도 그 회의의 참석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나와 상관없는 회의에 참석되고 있다. 비어있는 회의실도 많은데 거기 가서 했으면 좋겠다. 


2. 뜬금없이 찾아와서 스피커폰을 들이민다.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내 앞에 스피커폰을 내려놓는다. 상대방이 누군지,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대회에 같이 참여해줄 수 있는지, 그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사람의 그 행동이 '내가 고객과 통화 중이었는데 답변을 잘 못하겠고 나중에 알아보고 답변하려고 해도 정확히 설명이 안될 것 같고 빨리 이 건을 처리하고 싶으니 네가 지금 고객의 질문에 답변 좀 해줘. 어차피 회사일 하는 건데 너한테 따로 양해 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네가 지금 얼마나 바쁜진 모르겠지만 난 이걸 빨리 처리하고 싶으니 빨리 해결해줘'로 들리고 굉장히 불편하고 짜증이 밀려온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다. 



  일반 통화를 하든 스피커폰으로 삼삼오오 통화를 하든 미팅을 하든 다 좋은데 최소한 주변 사람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회사일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라고 할 수 도 있는데 그러면 나는 되묻고 싶다. '회사 일 당신 혼자만 합니까? 나도 회사일 좀 합시다' 


  인터넷에 보니 전화부스를 설치하는 회사들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 회사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https://unsplash.com/photos/5LRUg3IwN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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