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일 좀 합시다
1.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피커폰이 사용되고 있다.
일을 하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내 앞자리에서, 뒷자리에서, 옆자리에서 스피커폰은 작동되고 있다. 일반 통화소리도 거슬릴 때가 많은데 스피커폰은 훨씬 거슬린다. 옆자리 동료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목소리들도 잘 들린다. 잘 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크게 들린다. 그리고 스피커 폰으로 통화할 때는 평소 통화 목소리보다 두 세배 크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안 해도 잘 들리는데 저쪽에서도 크게 말하니까 여기서도 크게 말한다. 나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볼 때도 잔잔한 클래식의 음악이나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팝송은 크게 방해를 하지 않지만 대화-관심 있는 주제는 더욱더-가 있는 라디오나 한국 노래들은 집중을 방해한다. 옆자리에서의 스피커폰 통화 역시 이쪽저쪽 말이 다 들리니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나의 집중력이 그들의 대화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도 그 회의의 참석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나와 상관없는 회의에 참석되고 있다. 비어있는 회의실도 많은데 거기 가서 했으면 좋겠다.
2. 뜬금없이 찾아와서 스피커폰을 들이민다.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내 앞에 스피커폰을 내려놓는다. 상대방이 누군지, 어떤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대회에 같이 참여해줄 수 있는지, 그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사람의 그 행동이 '내가 고객과 통화 중이었는데 답변을 잘 못하겠고 나중에 알아보고 답변하려고 해도 정확히 설명이 안될 것 같고 빨리 이 건을 처리하고 싶으니 네가 지금 고객의 질문에 답변 좀 해줘. 어차피 회사일 하는 건데 너한테 따로 양해 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네가 지금 얼마나 바쁜진 모르겠지만 난 이걸 빨리 처리하고 싶으니 빨리 해결해줘'로 들리고 굉장히 불편하고 짜증이 밀려온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다.
일반 통화를 하든 스피커폰으로 삼삼오오 통화를 하든 미팅을 하든 다 좋은데 최소한 주변 사람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회사일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라고 할 수 도 있는데 그러면 나는 되묻고 싶다. '회사 일 당신 혼자만 합니까? 나도 회사일 좀 합시다'
인터넷에 보니 전화부스를 설치하는 회사들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 회사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