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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디푸스 Jul 21. 2019

나의 점심시간은 건들지 말라

1분 1초가 소중하니까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몇 분 전,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서 일적인 이야기를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시간도 근무시간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 용건도 간단한 일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용건이 길어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이야기하다 보면 길어질 수도 있고 점심시간이 시작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하던 이야기를 칼같이 끊고 밥 먹으러 가기도 그렇다. 뭔가 책임감이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1분 정도 이야기가 길어진다고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5분, 10분 길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그래도 끝까지 이야기를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점심시간에 5분, 10분 일을 더 한다고 해서 점심시간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점심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것은 보통 긴급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이다. 


  얼마 전 일이다. 점심을 먹으러 갈려고 일어났는데 옆 팀의 팀장이 우리 무리(4명) 중 한 명을 불러서 뭔가를 물어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와 함께 점심 먹으러 가던 길이라서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나질 않는다. 점심시간인 것을 모르고 있나 해서 사무실의 불을 다 꺼버렸다. 그래도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그 팀장에게 가서 "점심시간이니까 급한 일 아니면 나중이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하고 기다렸다. 그쪽 팀의 팀원들(3명)도 점심 먹으러 가지 못하고 어두워진 사무실에서 팀장님 이야기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나서 이야기는 끝났다. 기다리는 10분 동안 너무 화가 났다. 점심시간에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하고 있는 그 팀장에게 화가 났고, 이야기를 끊지 못하고 계속 잡혀있는 그 동료에게 화가 났고, 그를 구해주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났고, 점심시간 10분이 날아간 것에 화가 났고, 배가 고파 화가 났다. 그 팀장은 자신이 선택한 행동이니 그렇다 치고 그렇지 못한 나머지 7명의 점심시간 10분씩 총 70분을 빼앗았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점심시간에도 일을 했다고 혼자서 뿌듯해했을지도 모른다. (근거 없는 뇌피셜)


  점심 먹으러 가면서 무슨 용건이었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씩씩 거리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중요한 일도 아니고 긴급한 일도 아니었다. 그냥 본인 궁금한 것을 물어본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더 화가 났다. 

'그게 우리들의 점심시간을 희생할 만큼 긴급한 일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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