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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0. 2023

동상이몽

독서교육의 어려움

첫째, 둘째를 키우면서 가장 아쉽고, 미안하고, 후회되는 것은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다.


당연히 엄마처럼 책을 좋아하려니,


언젠가는 읽으려니 하고 무심히 보낸 시간들이 후회된다.


누구는 아이가 잠자기 전 목이 아플 때까지 10권이든 20권이든 읽어주었다고 하던데, 나는 왜 그리 노력하지 못했을까. 왜 바쁘고 피곤하다고 하며 그 좋은 시기를 그냥 보냈을까.




그래서 늦동이 몽실이를 키우며 나에겐 하나의 소망이자 로망이 있다!!


바로, 매일 마을 도서관까지 손잡고 가서 독서의 재미에 푹~~빠져 보리라!!


마침 육아휴직도 했겠다!


몽실이와 새끼손가락 걸고 매일 도서관에 가기로 약속했다.


다행히 몽실이는 집보다 훨~~~씬 넓고, 훨~~~~~씬 많은 책에 압도당했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고백해줬다.




"엄마, 이렇게 재미있는 곳을 왜 우리는 몰랐을까?"


오!!


내가 그토록 듣고 싶던 그 대사!




이미 대학생이 되버린 첫째, 책보다 핸드폰 게임이 더 즐거운 둘째 아들!


그 아이들에게 배신당하고 안타까웠던 내 마음을 이 늦동이, 사랑스런 막둥이에게


드디어 보상받게 되는구나! 할렐루야!


"우리 몽실이기 책을 좋아하니 엄마도 기분이 흐뭇하구나! 우리 매일 매일 오자!!"


그런 몽실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나는 첫날부터 목이 아플 때까지 책을 읽어주고 또 읽어주었더랬다.




딱 3일!!


몽실이는 도서관에서 책보다 더 재미있는 곳을 발견했다 ㅠ.ㅠ



도서관 앞마당에 있는 놀이터ㅠ.ㅠ


"엄마, 저기 놀이터도 있어. 오늘은 놀이터에서 좀 놀다가 도서관 들어가서 책 읽어도 돼?"


그땐 마음이 한 없이 너그러웠던 때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좀 놀다 들어가자."


"야홋!"


치마를 입은 채 달려가 미끄럼틀에 매달린다.


주변에 하나 둘, 하교한 초등학생, 하원하는 유치원생들이 부모와 놀이터에 몰려든다. 몽실이는 더 신났다. 날씨도 제법 포근하고, 바람결도 상쾌하다. 나도 근처 정자에 몽실이 책가방을 내려두고 좀 쉬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런데!!


책을 사랑하고, 책을 매일 읽어서,  생각이 깊고 큰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몽실이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나보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도서관에서 책읽기를 좋아하기 보다는 놀이터에서 유치원 동생들이나 초등학생 또래들과 어울려 놀기를 바랬다!! 간신히 도서관 닫을 시간이 다 되어가니 어서 들어가서 책을 읽자고 엄마가 재촉해도 "10분만!", "5분만!"하며 놀이터에서 떠날지를 모른다ㅠ.ㅠ


 열람실 문이 닫히기 직전 도서관 안으로 달려들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고작해야  2~3권. 이렇게라도 읽히는데 만족해야 하나?




엄마와 너의 마음이 이렇게 다를수가!


자식은 제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명언을 그 누가 만들었는지 원망스럽기도 하다.




초등교사로 25년을 달려왔지만, 여전히 독서 교육은 어렵다.


 독서에 대해 강조하지 않고, 부모가 갖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마치 태속에서부터 책을 좋아하기로 다짐하며 태어난 아이들처럼 책읽기를 좋아하는 학생들도 물론 있다. 그 아이들은 항상 틈만 나면 교실 한켠의 학급문고로 가서 책을 골라 읽는다. 그 아이 주변에는 "고요"라는 아름다운 가림막이 있는 것처럼 주변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꿋꿋이 책 속에 빠진다. 부럽다.


 반면 그 어떤 유인책을 써도 - 선물, 공약 등등- 꿋꿋이 책을 거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선생님이 주는 선물을 받고 싶어 반짝 책읽기에 관심을 뒀던 아이들도 금새 흥미가 떨어진 듯 쉬는 시간마다 놀이감으로 달려간다.




 많은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자녀가 한글을 능숙하게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녀를 무릎에 앉히고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라 한다. 단순히 책이 지식 습득의 방편이 아니라, 부모와의 정서적인 교감, 따스한 독서의 경험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고,  스스로 독서하는 힘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나도 공감한다. 마치 매일 밥 먹고, 매일 학교 가고, 매일 씻는 것처럼, 독서도 삶에서 자연스럽게 매일 하는 일로 녹아든다면 몽실이가 커서도 책을 찾지 않을까. 도서관 한 켠에 몸을 대고 앉아 소근소근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던 그 시간이 행복했다면, 그 행복을 찾아 자연스럽게 책을 찾아나서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에 오늘도 엄마는 몽실이의 손을 잡고 마을 도서관으로 향했다.


 노란 산수유가 아름답다. 몽실몽실 고운 털을 입은 목련 꽃송이도 곧 연약한 꽃잎을 내밀 거 같아 기대된다.


 몽실이의 마음은 이미 도서관 앞 놀이터로 향하고 있겠지만, 엄마의 마음은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줄까 고민하며 서가를 떠돌고 있다.




  비록 동상이몽이여도 좋다.


 너와 이런 시간을 갖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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