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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0. 2023

내일은 언제 돼?

유*브와의 전쟁


유치원 때보다 초등학교가 더 좋다는 몽실이. 학교 가는 것이 너무 신 나고 재미있다는 그녀!


금요일 오후 하굣길에 문득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을 한다.


"엄마, 내일은 언제 돼?"


 "응? 내일?"


 "응, 내일!!"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몽실이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내일은 정확히 밤 12시가 넘어야 되지."


 "밤 12시? 깜깜한 밤?"


 몽실이가 짐짓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잠 잘 때?"


 "그럼, 우리 몽실이가 완전히 푹 잠들면 내일이 되지. 그런데 그건 왜?"


 몽실이가 베시시 웃는다.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내일, 토요일? 


 그렇게 학교 다니는 것이 즐겁다고 노래를 부르던 우리 몽실이도 금요일엔 지쳤나? 아니면,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 학교 생활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을까? 엄마는 갑자기 조심스러워 진다. 


 "학교에서 힘든 일 있었어? 학교 가기 힘들었니?"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명랑한 몽실이의 대답!


 "아니, 학교 좋아!! 근데, 토요일엔 그 거 할 수 있잖아!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 하! 그! 거!




 초등학생이 되면서 몽실이와 약속을 한 것이 있었다. 유튜브 시청은 주말에만 하기!! 


처음에는 잘 지켜질까 우려도 했었는데, 몽실이가 잘 참아내고 있다. 주 중에는 절대로 아빠 핸드폰 근처에 가지 않기! 아빠가 엄마 몰래 은근히 핸드폰을 쥐어줘도 "토요일, 일요일만 보기로 했다"며 약속을 지키려고 용쓰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딸바보 아빠는, 중년의 나이에 서프라이즈 선물같이 우리에게 와 준 막둥이에 대한 사랑이 넘칠만큼 지극하다. 몽실이가 "아빠는 내 말이라면 다 들어줘!"라고 할 정도로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또한 엄마인 나와 교육관이 달라 가끔 마찰을 빚을 때도 있는데, 가장 힘든 난관은 아빠의 핸드폰이다. 무분별하게 핸드폰을 막둥이에게 쥐어주다 보니, 유튜브 시청에 게임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ㅠ.ㅠ  


 마침 유치원에서 영상청취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몽실이 스스로 절제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길래, 서로 적정 지점으르 잡아 유튜브 시청 시간을 조정하게 된 것이다. 

 즉, 초등학생이 되면 주말에만 핸드폰 하기!



 처음에는 마치 마약 금단 증세를 보이는 사람처럼 "아, 보고 싶다~"를 입에 달던 아이가 요즘은 제법 유튜브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속으로는 엄청 참고 있었나 보다. 



 "엄마, 오늘 일찍 잘까? 그럼 내일이 빨리 되겠지? 아~~ 하루 종일 하고 싶다~~~"


 엄마 가슴 철렁 하는 소리를!! 


 얘가 주말에 소파에 앉아 아빠의 핸드폰만 하는 모습이 그려지자 엄마는 또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주말까지 잘 참아준 녀석이 고마워 고개를 끄덕여 줬다.


 "하루 종일 하고 싶구나? 그럼 주말에 나들이도 못하고, 놀이터도 못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못 갈 거 같은데..."


 엄마가 말끝을 흐리자 두 눈이 동그래진다.


 "나들이? 어디로? 가야지~ 가야지~ 지난 주도 아빠 바쁘다고 못 갔잖아~~"


 다시 들뜬 목소리. 하하.




 아마 너의 주말은 유튜브 볼 시간 없을 걸~ 


 엄마가 엄청 계획을 많이 세워뒀거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영상 매체나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많이 봐 왔다. 

 학습에 흥미를 못 느끼고, 흐트러진 자세는 기본.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선생님이 준비한 영상만 틀어주면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 무슨 딴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있다가 질문의 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는 아이들. 지나치게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이 많이 된 아이들은 친구를 괴롭히거나 때리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도 했다.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눌 때  "핸드폰 했는데요", "게임만 했어요", "뒹굴뒹굴 유튜브만 봤어요"하는 걱정을 유발하는 말을 매주 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또한, 요즘엔 저학년 학생들 중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친구들이 유독 많고, 유튜버들의 잔뜩 흥분된 목소리톤을 흉내내거나 그 말투를 따라하는 친구들도 많다. 이런 친구들은 학기초에 그 특이한 모습에 끌리는 몇몇 친구들에게 반짝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 주변에 아이들이 한 둘 씩 멀어져 가서 원만한 교우 관계를 맺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종종 보곤했다.



  이런 우려되는 점을 학부모와 상담하면 "어떻해요? 못하게 한다고 노력해도 애들이 틈만나면 게임을 해서 저도 걱정이에요. 선생님이 어떻게 좀 해주세요."라고 짐보따리를 담임에게 넘기는 분들도 계신다. 물론 학교에서 게임 중독 예방 교육, 올바른 영상 시청 교육을 틈틈히 하고 있긴하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한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의 조절 능력은 가정에서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부모님의 꾸준한 지도와 보살핌. 그리고 끊임없는 대화. 이젠 되었겠지 하는 잠시의 방심이 다시 아이들을 게임기 앞으로 불러오곤 하니, 이것은 끝없는 싸움이기도 하다. 또한 부모에게도 힘든 과제이기도 하다. 부모님들도 핸드폰에 중독된 분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핸드폰 게임할 테니 너는 공부하라고 하면 어떤 자녀가 그 말대로 따라 하겠는가! 부모가 먼저 실천해야 하니 더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라면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관리 해야하지 않을까?


 


<저학년 핸드폰, 영상 시청 tip>


 * 핸드폰 사용에 룰을 세울 때는 반드시 아이가 참여하고 아이가 수긍한 선에서 목표선을 잡기


 * 아주 못하게 하기 보다는 차근 차근 사용 시간을 줄이기


 * 부모님 앞에서 하기- 저학년 유튜브는 거실 TV보기 등


 * 핸드폰을 안 하는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 미리 정해 놓기 -학습지처럼 하기싫은 활동이 아니라 평소 좋아하고 관심있어 했던 활동


 *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체크하게 하며 조절 능력을 길러보기


 * 정해진 시간만 사용했을 때는 적절한 보상을 반드시 하기 - 부모님 뿐만 아니라 학생 스스로도 보상해보기


 *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100% 자율권을 주지 않고 꾸준히 지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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