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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0. 2023

엄마도 첫 입학식

너의 첫발을 응원하며

낯설다.

항상 실내화를 신고 종종종 내달렸던 강당 바닥에 조심스레 놓여진 유독 촌스런 파란색으로 빛나는

내빈용 신발 덮개. 구두 뒷굽에 자꾸 걸리는 덮개가 내 마음마냥 낯설고 불편하다.

덮개만큼 낯선 "학부모"라는 딱지.

 항상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상담하던 입장에서 이젠 거꾸로 선생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들어가는 내 모습이 낯설다.

  우리 막내 늦둥이 "몽실이"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나에게도 "쉼"을 허락했다. 6개월간의 육아휴직. 98년에 발령받고, 줄기차게 달려왔던 교직을 잠시 내려놓고, 이젠 본연의 "학부모"라는 새 옷을 입었다.


 강당에 늘어놓여진 하얀 의자. 1학년 1반 푯말을 찾아 몽실이를 앉히고 담임 선생님과 눈인사를 나눴다. 몇 년 전 동학년을 해서 낯익은 후배 교사. 반말로 편하게 지내던 사이인데, 이제 내 아이의 담임교사가 되셔서 이 또한 낯설고 어려운 관계 맺기를 시작해야 할 듯 하다. 나만큼 내 아이의 담임 선생님도 마음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미안하고 고맙다.


  몽실이를 의자에 앉히고 학무모들이 몰려있는 강당 뒷자리로 돌아와 내 아이의 뒷꼭지를 찾아본다.

 교사로 입학식을 숱하게 진행해 봤는데, 학부모로는 처음이다. 첫째, 둘째도 입학을 했지만, 난 항상 수업 중. 입학식 참석은 아빠 몫이었다. 셋째 몽실이에게는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것 같아 그나마 마음이 무겁지 않다.

 교사, 학무모, 학생들, 사람들로 가득찬 강당.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대면 입학식. 유독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나도, 몽실이도 서로의 존재를 찾아 두리번 거린다. 나는 키발을 짚고, 동실이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래도 서로 눈이 마주치는 것은 여의치 않다. 눈 한 번 마주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중요한지. 그래도 낯선 공간에서 불안해 할 막둥이에게 눈짓 한 번으로 "안심"이라는 약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아마도 나와

만났던 수많은 학부모님들도 그런 마음으로 복도를 못 떠나고 교실 안을 기웃거리고, 등교하는 아이 뒷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교문 앞에서 한 없이 지켜보고 있었겠지.  아이들의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혼자 등교하도록 지도하고, 교실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 조언했던 냉정한 교사였던 내 모습이 떠올라 괜시리 부끄러워진다. 이젠 부모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었다. 다시 몽실이의 뒷꼭지를 찾으며 몽실이가 엄마를 찾을 수 있도록 인파의 틈을 비집고 좀 더 앞으로 나가려고 애써본다.

 

 30분 쯤 진행된 입학식. 이 30분을 위해 선생님들이 며칠 동안 얼마나 고생하며 준비하셨을지 알기에 교장선생님 말씀, 담임 선생님들 소개, 학교 소개 등 한 가지도 허투로 듣지 않고 성실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학부모가 되고자 마음 먹었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게 들리지 않는다.

 내 아이의 뒷 모습, 옆 아이와 소곤거리는 몽실의의 모습,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두꺼운 코트를 입혔는데 조금 덥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같은 반 친구들 중에 유독 거칠어보이거나 장난꾸러기는 없을까 하는 걱정, 담임 선생님의 쌀쌀한 말투에 우리 아이 상처 받지는 않을까 하는 쓸 데 없는 걱정거리가 밀려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몸부림 치는 아이, 손장난 하는 아이, 의자에 거의 엉덩이만 걸치고 엎드린 아이, 엄마만 찾아 두리번 거리는 아이들. 입학식이라는 행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처음을 축하하며 시작하는 첫 행사가 좀더 아이들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맞이하는 행사가 되면 어떨까하는 학부모로서의 생각이 들기도 한다.


 1학년 선생님들의 동화책 읽어주는 코너가 끝나자 30분간의 고문같은 시간이 드디어 끝났는지 어느새 아이들이 2줄로 서서 담임 선생님 뒤에 졸졸 따라나온다. 강당을 빠져나가 교실로 간단다. 160여 명의 신입생이 그 2배 정도 되는 학부모 무리 속을 뚫고 학급 푯말을 든 선생님을 따라 줄줄이 나온다. 저러다가 담임 선생님 놓쳐서 길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학부모들이 길을 터 주긴 했으나 아이들이 학부모들 사이를 이리 저리 비켜가며 간신히 담임 선생님을 따라 간다.

 우리 몽실이도 새 가방 메고, 손엔 신발주머니 들고, 1반 맨 뒤에서 열심히 따라나온다. 순간, 엄마랑 눈이 마주쳤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드디어 엄마를 찾았다. 걸음을 멈추고 "안심"의 미소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가 나는 덜컥 겁이 나 외친다.

  "어서 따라가! 선생님 놓칠라!"

 다시 졸래 졸래 1반 무리를 따라 걸어가는 몽실이.

양갈래로 묶어준 머리카락도 덩달아 촐랑촐랑.

엄마 마음도 덩달아 몽실몽실.

내 아이의 입학식을 학부모의 입장에서 드디어 체험 해 본 행복한 늦둥이 엄마

행복감이 몽실몽실 올라온다.


너와 나의 첫발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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