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는 글이 편하다. 좋은 말도, 나쁜 말도 말보다는 글로 전하는 게 더 편하다. 자연스럽게 언젠가부터 글쓰기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싫어 공개적인 글쓰기는 피하고 싶었지만, 혼자만의 글쓰기는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처음 공개적인 글쓰기를 하게 된 곳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였다. 시민기자가 쓴 기사로 운영이 되는 체제라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너무 화가 난 사건이 있었는데, 글을 써서 반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오마이뉴스>가 생각났고, 단숨에 분노의 글(유아인씨, 제 경험도 가짜인가요?)을 보냈고, 실리게 됐다. 처음 <오마이뉴스>에서 전화 왔을 때의 그 기쁨이란. 나의 첫 번째 공개적인 글쓰기는 분노와 환희 속에서 탄생되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내 글이 인터넷 신문에 실리고, 그걸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그 재미로 자주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됐다. 쓰다 보니 <오마이뉴스> 메인이나 포털에 노출되는 일들이 생겼다. ‘혹시 내가 글을 잘 쓰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졌다. <오마이뉴스>라는 매체를 통해서 말고 내가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써보고 싶었다.
글을 모아두고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기다리는 공간, <브런치>를 만들었다. 썼던 글을 다시 잘 안 읽는다. 쓸 때는 괜찮은데 며칠만 지나도 유치해 보이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브런치>를 한다는 것은 몹시 용기를 낸 일이다. 처음에 할 지 말지 고민할 때, 이슬아 작가의 수필집을 봤다. 그는 자신이 쓴 글을 공개적인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에 대해 ‘부끄럽지만 용기를 낸다고’, ‘미래의 자신이나 다른 이들이 자신의 글을 너그럽게 봐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 글에 용기를 내서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 <숭례문학당>에서 하는 <매일 블로그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숭례문학당>에는 읽기, 독서토론, 쓰기 등의 많은 모임이 있다
글을 쓰는 건 재밌고 어렵다. 글을 마구 쓰고 싶기도 하고, 부담스러워 쓰기 싫기도 하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 쓰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글은 쓸수록 더 좋아진다는데 과연 그런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남들과 비슷한 주제를 특별할 것 없이 쓴 내 글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난 왜 더 쉬지 않고 힘들게 글을 쓰고 있는 걸까. 나는 도대체 왜 쓰려고 하는 건지 자꾸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왜 쓰려고 하는 건지에 대한 답은 매일 다르다.
재밌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글쓰는 사람은 멋있으니까, 말로 다 못하는 걸 글로 풀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언젠가는 책을 낼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도 잘 알 것 같지 않다. 근데 중요한 건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 글을 쓰는 내 자신이 좋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기 위해,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할 거다. 나는 글쓰고 있을 때 내가 쪼금 멋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