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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산책

by 마릴라

어쩌다보니 매일 이웃집 개와 산책을 하게 됐다. 처음엔 하루 종일 묶여 있는 개가 안쓰러워서 시작하게 됐는데 이젠 나에게도 하루 중 제일 기다리는 시간이 됐다. 산책하는 동안 개는 개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한다. 개는 똥, 오줌으로 영역 표시를 하고, 새로운 냄새를 맡고, 고라니나 꿩을 쫓아가고, 다른 개의 배설물 냄새를 맡는다. 나는 새로 핀 꽃을 구경하고, 죽은 줄 알았던 나무의 새순을 보며 감탄하고, 숨겨져 있는 두릅을 찾으며 신기해한다. 하루 종일 개는 끈에 묶여 있었고, 나는 육아에 묶여 있었다. 우리 둘 다 하루 중 가장 멀리 나와 가장 새로운 풍경을 보며 행복해한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모두 새로워진다. 1일 1산책은 개에게도 나에게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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