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마릴라 Jun 18. 2021

음식물 쓰레기통을 3만원 주고 샀다

'싼 것' 쇼핑은 이제 그만 하려고

음식물 쓰레기통이 필요해 검색창을 열었다. 다양한 브랜드, 소재, 가격의 음식물 쓰레기통이 나열된다. 예전 같았으면 음식물 쓰레기 담는 통에 뭐하러 돈을 쓰냐며 싼 것만 찾았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무엇이 가장 편리할지 고민하고, 스테인리스 304로 만든 이름 있는 브랜드의 것으로 골랐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3만원 주고 샀다.     


3만원이 그리 큰돈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최저가, 핫딜, 싼 것만 찾던 나에게 음식물 쓰레기통을 이 가격으로 샀다는 건 대단한 변화이다. 임신한 나에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할인율 70%의 음식을 사다 주는 엄마를 보면서 겁이 났다.(이전 글 임신한 딸에게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라니) 지금처럼 살다가는 나도 내 아이에게 그저 싼 음식, 싼 옷, 싼 물건만 사주는 엄마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싼 것’ 쇼핑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번에 구입한 음식물 쓰레기통은 좋은 스테인리스라 튼튼하고, 설거지가 잘 되고, 뚜껑을 닫으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사소한 물건이지만 쓸 때마다 편하고 기분이 좋다. 이런 식으로 쌀 세척 볼, 프라이팬, 냄비, 알러지 케어 이불도 샀다.     


싸고 좋은 건 없더라



 ‘싸고 좋은  찾아 헤맸지만 그런 물건은 없었다. 수많은 ‘ 쇼핑 끝에 비싸고 안 좋은 물건은 있어도,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는  깨달았다. 싸고 품질이 좋지 않은 물건은 수명이 얼마  가서 오히려 돈이  들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나의 경우  문제는, 품질이 좋지 않아 불편한데 그걸 참고 계속 쓴다는 , 그래서  불편하게 산다는 데에 있었다.    

  

이불의 촉감이나 무게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차피  것이니 그냥 계속 덮고 지낸다. 예쁘고 저렴해서  수저가 알고 보니 소재가 플라스틱이라 찝찝하지만 어차피 샀으니 부러지지 않는 한은 계속 쓴다. 노트북 가방을 샀는데 가방이 노트북보다  무거워서 웬만하면 노트북을 집에서만 쓴다. 이렇게 사고 쓰다 보니 만족하면서 편하게 쓰는 물건이 없었다. 사소하지만 매일 사용하는 것들이  뭔가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좋은 물건을 제 값 주고 사려고


이제 좋은 물건을 제 값 주고 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제 값을 주고 산 쌀 세척 볼, 프라이팬, 알러지 케어 이불은 모두 대만족이다. 쌀 세척 볼은 쌀을 한 톨도 흘리지 않게 해 주고, 내 평생에 제일 비싸게 준 프라이팬은 아직도 기름이 미끄러지고 있고, 이불은 먼지가 붙지 않고 빨아도 금방 말라 참 좋다.     

 

편하고 만족스러운 물건들은 단지 편리하다는 것에서 끝이 아니다. 일상의 작은 부분들이 만족스러우니 행복도가 올라갔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 좋은 물건을 사고 그것을 사용하는 내내 기분이 좋은 건 단지 편해서만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내가 산 물건들은 늘 싸고 품질이 좋지 않은 물건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했다. 망가지거나 잃어버려도 ‘어차피 싸구려, 상관없어.’라고 생각했다. 내 물건이 ‘나’인 것은 아니지만, 물건을 막 쓰는 스스로를 보면서 ‘나’를 그렇게 대하는 것 같아 가끔은 씁쓸했다.      


이제 새로 산 물건을 막 대하지 않는다. 그저 싸서 산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물건을, 좋은 품질의 것으로 골라 산 것이기에 흠집 나지 않게,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조심히 대한다. 내 물건들이 소중해졌다. 그리고 나도 더 소중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내 자신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내가 ‘싼 것’ 쇼핑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바로 이런 이유였던 것 같다. 값싼 물건만 사용하면서 스스로를 ‘값싼 물건이면 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속상했다. 값싼 물건을 쓴다고 값싼 사람인 게 아닌 건 알지만, 그럼에도 난 스스로를 너무 평가절하하고 하대하며 살았던 건 아닐까?    


사소한 일이 더 중요하다


대단하고 커 보이는 일보다 작고 사소한 일이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많다. 대단하고 큰 이벤트는 일생에 몇 번 없지만 작고 사소한 일은 매일 일어나니까 더 중요하다. 일상적인 쇼핑에 대한 태도와 그로 인해 바뀐 물건들은 내 삶을 기분 좋게 흔들고 있다.      


이제는 비슷한 물건을    싸게 샀다고 뿌듯해하지 않는다. 물건을 사러 가서 기능이나 품질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없냐고 묻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저렴한 제품을 찾기 위해  시간씩 검색하던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좋은 품질의 물건을   주고 구매하는 지금이 너무 좋다.      


노트북을 넣고 다니는 백팩이 너무 무겁고 커서 노트북은 집에서만 사용한 것이  년이 됐다.  백팩 구매의 기준은 ‘노트북이 들어가고 가벼워야 한다.’이다. 무게가 가볍다고 알려진 가방을 찾았는데 가격이 30  가까이 된다. 가방에 10  이상의 돈을 써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가벼운 백팩을 메고 싶다. 그런데 자꾸 내가 30 원인 가방을  자격이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가방의  사용 횟수, 사용 기한 등을 계산해 보게 된다. 아직은 망설여진다. 나는  가방을   있을까? 고민을   해봐야겠다.     


가방을 두고 동생과 나눈 대화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첫 명상센터 방문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