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나 발표를 할 때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방(청중)이 반드시 있다. 이들을 구워삶기 위해 우리는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밤늦도록 고민한다. 상대방은 내가 만드는 보고서, 발표 자료의 존재 이유이다. 성공적인 발표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첫 단추는 상대방부터 먼저 이해해야 한다. 자료 작성에 앞서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요구와 이해도부터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폭망하는 보고나 발표는 둘 중의 하나다. 상대가 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말을 늘어놓거나, 상대의 이해 수준을 고려하지 않아서 무엇을 말하는지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프로파일링(Profiling)이다.
상대방은 타깃(Target)이다. 프로파일링을 통해 타깃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어떤 요구(Needs)를 가지고 있으며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게 된다. 이것을 기준으로 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하는 게 좋을지 자료 작성 방향(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프로파일링 시트를 작성해 보자.
Target
타깃이란 보고를 받거나 발표를 듣게 될 상대방이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의 결과 보고 미팅이라면 고객사 임원이 메인 타깃이고 리더나 참여자가 서브 타깃이 될 것이다. 만약 타깃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서 구체화하기 어렵다면 대상을 잘게 나눠서 접근한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한다면 상위 30%, 중간 50%, 하위 20%로 구분하여 중간 50%를 메인 타깃으로 정하는 식이다. 어느 그룹을 메인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자료의 수준이나 방식은 달라질 것이다.
Character
캐릭터는 타깃의 구체적인 모습(인물상)이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경력을 파악하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본다. 만약 상대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라면,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나 문제점, 공통 관심사 등을 파악한다.
Needs
니즈란 '상대가 무엇을 기대하는가?'이다. 프로파일링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기대치를 파악한다는 것은, 상대가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하는(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가 등을 이해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업계 최상위권 회사에 제안을 할 경우 타깃이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일까? 매출 증대인가, 수익성인가, 아니면 혁신과 창의인가. 초일류 회사라면 지속 가능성보다는 혁신적인 아이템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며, 뻔한 스토리로 포장된 제안으로는 코웃음만 사게 된다. 반면에 수익성 악화로 고민 중인 중견기업이라면 독창성에 모험을 걸기 보다 꾸준한 수익성 확보를 중요시할 것이다.
상대의 우선순위를 파악했다면, 어느 수준이 되어야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출 증대 5%로는 어렵겠지만 10% 선을 제시한다면 상대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라는 식이다. 이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또한 추측이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다.
Information
상대를 움직이기 위한 자료를 만들려면 상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때 Why, What, How 관점에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 Cloud system 도입을 제안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먼저 Why 관점에서는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Why 정보 수준이 낮다면,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부터 명확하게 제시한 후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상대가 필요성은 잘 이해하고 있지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는 상태라면 What 관점에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상대가 막연히 클라우드 도입을 검토 중인지, 아니면 클라우드 시스템 형태와 기술의 장단점까지 상세히 알고 있는지 등을 측정한다.
끝으로 How의 관점은 구체적 실천 방법에 대한 것이다. 상대가 왜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면 동종업계 사례나 상세한 추진 방법 등을 제시하여 명확하게 실체를 그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Understanding
Understanding 이란 보고자료를 통해 전달하려는 내용을 상대가 얼마나 깊이 이해하겠는가에 대해 전체 이미지를 정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지식 집단이므로, 일반적인 이야기를 설명했다가는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이 솔루션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는 하고 있지만, 어떻게 도입하는 게 좋을지 구체적 방법은 모르고 있다'라는 식으로 정리해본다. 상대의 이해 수준을 깊이 파악해야 적절한 깊이로 자료 구성을 할 수 있다.
Hypothesis
가설은 프로파일링에서 최종 결론에 해당한다. 타깃의 기대치와 이해도를 파악한 후 어떻게 내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방향성을 잡는 것이다. 수집한 프로파일링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하여 가설을 잘 세우는 것이 성공적인 발표의 키포인트가 된다.
프로파일링 작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다. 자신에게 천재적인 영감과 질 좋은 인맥이나 정보가 있다면 과감하게 패스하라.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하는 게 좋다. 프로파일링 작업은 상대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거나, 가설을 잘못 세울 수도 있다. 그래도 실망하지 마시라.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열정은 고스란히 전해질 테니까!
"성공하는 피칭공식을 연구합니다." 피챙랩(PitchingLAB) 대표 최성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