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의 이해를 방해하는 잘못된 발표 습관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빨리 말하는 것이다. 발표 경험이 많지 않거나 긴장을 심하게 하는 사람일수록 말은 더욱 빨라진다. 체감상 시속 100km는 되는 것 같다. 이처럼 청중이 음미할 시간도 주지 않고 '후루룩~'지나가 버리면 아까운 시간만 날리는 꼴이 되고 만다.
발표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빨리빨리'에 빠져 있는 이유는 뭘까? 대표적인 원인은 시간의 압박감 또는 외운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말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잠깐의 침묵이 주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거나 쉴 틈 없이 계속 말을 이어 가는 것이 프로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실제로 피칭이나 프레젠테이션 코칭을 할 때 '조금만 천천히, 그리고 쉼표를 쓰세요'라는 충고를 많이 하게 된다.
발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는 것보다 브레이크를 잘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청중이 꼭 기억했으면 하거나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에서 잠시 멈춰야 한다. 말을 할 때 생기는 짧은 빈틈은 상대가 더욱 나에게 집중하도록 하며 이어지는 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쉼표는 외침보다 강렬한 언어인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쉬는 것이 효과적일까? 딱 1초만 쉬어야 한다는 공식은 없다. 강조하고 싶은 말 앞에서 1초 또는 침을 한번 삼키는 정도의 시간이면 적절하다. 주제나 흐름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에는 3~4초 정도를 쉬면서 청중에게 보다 깊은 몰입의 공간을 선사하는 것이 좋다.
치열한 삶에서 쉼이 필요하듯이, 긴박한 발표 현장에서도 쉼표의 마법을 적절히 활용해 보자. 한층 더 밀도감 있는 발표로 이어질 것이다.
"성공하는 피칭과 소통공식을 연구합니다."
피칭랩 대표 최성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