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발표력과 심리문제 해결
“여보세요?”
“말귀 못 알아듣고 엉뚱한 대답하는 것을 뭐라고 그러지? 네 글자로”
“뭐라고? 갑자기 무슨 이야기하는 거야?”
“잘 듣고 좀 맞춰보라니까.. 이 말했는데 저 말로 알아듣는 사람을 OOOO 한다고 하잖아”
“개소리?”
폭소가 터진다.
“아, 정말 미치겠네.”
이 대화는 ‘세바퀴’라는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는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의 한 장면입니다. 출연자가 자신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무작정 문제를 말하고 그 상대방은 정답을 맞혀야 하는 게임입니다. 문제를 내는 사람은 정답을 아는 상태에서 마음 편히 질문하지만, 상대방은 ‘다짜고짜’ 문제를 맞혀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출연자는 ‘아니 이렇게 쉬운 문제를 왜 못 맞히지?’라는 생각에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그럴수록 상대방은 애가 닳아서 오답을 외쳐 댑니다.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것입니다.
지식의 저주란, 어떤 것을 내가 알고 있으면 상대방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앞의 사례와 같은 답답한 상황은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종종 발생합니다. 발표를 하다 보면 정말 열심히 설명했는데도 청중이 못 알아듣고 분위기가 '쏴~~'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허공에다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면 발표자는 ‘왜 이렇게 내 말귀를 못 알아듣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이 때에는 청중을 탓할게 아니라 발표자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옆집 할머니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상대성이론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이야기일지라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 내가 지식의 저주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충분히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설명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청중을 알아야 성공의 문이 열린다'라는 글에서 청중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프레젠테이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청중이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청중에게 어떤 수준으로 다가설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 내가 말하는 내용은 나만 자세히 알고 있고, 상대방은 모를 수도 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면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발표자 자신에게 너무나 익숙한 전문용어라도 청중은 생전 처음 듣는 소리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Presentation Insight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일수록 지식의 저주에 빠질 위험이 높습니다. 지식의 저주를 벗어나 소통의 달인이 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청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발표자의 말이 구천을 떠돌지 않고 청중의 가슴 깊숙한 곳에 닿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