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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엽 Sep 22. 2015

무대 공포증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4부. 발표력과 심리문제 해결

“저는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말 만 들어도 겁이 덜컥 납니다. 자료 만드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발표 자체가 너무 두려워요. 모든 청중들이 저를 쳐다보면 숨이 턱 막히고 눈 앞이  아득해지거든요. 저번에 임원 보고할 때는 버벅거리다가 발표를 망쳤는데 그날 밤 꿈속에서 제가 아무리 악을 써도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아,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 말은 필자가 주관했던 프레젠테이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이 털어 놓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사내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과장이었는데, 유독 프레젠테이션만큼은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발표자료를 논리적으로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서 복식호흡법, 발성에 이르기까지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법을 차분히 익혀나가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그는 “프레젠테이션이 좀 힘들기는 해도 더 이상 두렵지는 않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청중이 자신을 쳐다보는 발표 무대를 생각하면 누구나 심장이 벌렁벌렁해짐을 느낄 것입니다. 심할 경우에는 발표가 주는 압박감이 우리의 정신과 몸을 공포로 휩싸이게 해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도록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발표(무대) 공포는 두려움, 수치심, 분노, 절망감, 긴장감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면서 우리를 위협합니다. 


공포의 원인


두려움이나 절망감이 생겨나는 원인부터  살펴볼까요? 발표 내용의 부실, 연습과 경험의 부족, 심리적 원인(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실패에 대한 걱정)등이 있을 것입니다. 이중에서 콘텐츠 부실이나 연습 부족은 근본 원인에 해당하며 그 외의 심리적 이유는 근본 원인으로부터 파생된 부수적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표 내용이 빈약하고 부실할수록 자신의 주장에 확신이 안 서고 심리상태는 더욱 위축되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뒤엉켜버립니다. 연습과 경험 부족 또한 공포를 부채질하는 주요 원인이 되는데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맡게 되었을 때 엄습하는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발표자가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는데 청중의 반응이 싸늘할 경우에도 몹시 공포스럽습니다. '이거 뭐야? 수준이 형편없잖아', '고작 저런 이야기 밖에  못하나?'라는 반응은 비수처럼 가슴에 꽂힙니다. 어떤 경우에는 적막감이 발표장에 가득 차서 숨쉬기 조차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런 짓눌림은 상상하기만 해도 발표자를 미치게 만들지요. 


무대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가져라’,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려라’ 따위의 충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말은 마치 언 밭에 오줌 누기처럼 쓸모가 없습니다. 공포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마음 상태를  컨트롤하는 노력을 아무리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대 공포를 없애는 최상의 처방은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철저히 연습하는 것이며, 이렇게 했을 때 심리적 장벽들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긴장감을 즐겨라


우리는 종종 발표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같은 것으로 여기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두려움은 공포 그 자체이지만, 긴장감은 정상적 신체 반응이며 긍정적 스트레스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을 밥 먹듯이 자주 하는 프로강사들도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프로는 충분한 연습과 경험을 통해 자신감 있게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연습이 제대로 안되어 발표무대를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움과 긴장감이 동시에 쓰나미처럼 엄습해 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무대공포증을 완벽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내 몸에 약이 되도록 적당히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연습을 통해 ‘두려움’은 없애 버리고 ‘긴장감’은 우리에게 열정을 주는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긴장감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연애를 할 때 상대를 만나기 전에 느끼는 두근거림은  긴장감이라기보다는 설렘이 아닌가요? 프레젠테이션무대에서 청중과 통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을 생각한다면 긴장은 오히려 설렘으로 바뀔 것입니다.


김 빠진 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의 긴장감은 마치 콜라의 탄산과도 같습니다.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탄산이 있어야 콜라가 맛있듯이 적당한 긴장감은 발표자가 최상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게 하는 '울트라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발표 준비를 하면서 수 만 가지 잡념에 사로잡히고 청중의 평가에 두려움을 갖는 것은 어쩌면 발표자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려움으로 심신이 떨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다만, 그 두려움이 우리를 완전히 지배하지 않도록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 무섭고 떨리기는 하지만 한번 해보지 뭐. 자료도 잘 만들었고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라는 식의 태도 말입니다. 수많은 청중 앞에서 홀로 발표무대에 선 것 만으로도 이미 발표자는 충분히 훌륭하고 자랑스럽습니다!



Presentation Insight

무대공포의 실체를 깊이 들여다 보십시오. 거기에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같이 섞여 있습니다. 두려움은 노력으로 떨쳐버려야 할 대상이지만 긴장감은 함께 해도 좋은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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