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프레젠테이션의 오해와 진실
우리는 동해를 당연히 우리 것으로 여기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일본해로 표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국제 외교적으로 매우 큰 이슈거리인데, 미국 버지니아 주 교포사회에서도 그동안 숱하게 우리의 영해임을 주장하면서 수정을 요구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2014년 2월, 마침내 버지니아주의 공립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도록 하는 법이 하원에서 통과되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 났습니다.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미국 하원의 문을 활짝 여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프레젠테이션 무대에서 모든 발표자가 꿈꾸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청중과 완벽한 공감’을 이루는 것입니다. 설득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공감의 질이 좋아집니다.
최상의 프레젠테이션을 원한다면 설득과 공감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와 성찰이 필요합니다.
먼저, 설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설득이란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주장하여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청중을 잘 ‘설득’하려면 제대로 된 논리적 접근을 하여 그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논리적 접근을 한다는 것은 주장을 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Fact)를 잘 제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주장에서 객관적 근거가 없다면 그것은 잡담이나 헛소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근거는 주장에 생명력과 진실성을 불어넣는 마법으로 작용합니다.
근거에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는 프레젠테이션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Fact 중심의 논리적 프레젠테이션은 주제의 배경이나 내용에 대해 기본 지식이 있고 비슷한 관점으로 그 주제를 다루어 본 동료 집단(학계, 공공기관, 연구소, 동종 업계 등)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중들이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비전문가라면, 그 프레젠테이션은 실패합니다. 근거만 지겹게 나열되는 논리 중심의 발표가 되어, 전문용어만 넘쳐 나고 도무지 무엇을 말하는지 의미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논리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잘 짜인 논리구조 속에 유용한 정보가 아무리 많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청중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감동(感動)이라는 말은 느껴서(感) 마음이 움직인다(動)라는 뜻입니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느끼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논리가 아닌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감성의 영역을 두드려 공감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발표자와 청중이 공감한다는 것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감성시그널을 맞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의 문을 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죠. 사람의 마음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는 항상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열쇠가 바로 '감성 터치'이며, 그것은 스토리의 형태로 표현될 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요즘에는 각종 광고 매체에서 감성 코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고 속삭였던 스마트폰 CF를 기억하는지요? 이 광고를 보면 어떤 기능이 뛰어나다라는 식의 사실을 떠들어 대지 않습니다. 그 대신 차갑고 딱딱한 메탈 소재의 특성을 감성 요소로 잘 포장함으로써 제품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키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예시한 미국 버지니아 주 사례는 오랜 기간 동안 정치, 역사 논리로 설득을 시도했으나 실패를 거듭하다가 ‘감성적 접근’으로 전략을 바꾸어 놀라운 성공을 이루어 낸 케이스입니다. ‘이 지역에 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객관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으로 미국 의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죠. 미국이나 한국이나 교육과 아이들 문제에는 매우 민감한 데 그 점을 감성 코드로 포장하여 외교 이슈를 건드리니 우리가 의도한 대로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시사점은, 청중을 설득하고 충분한 공감을 끌어내려면 치밀한 논리나 감성적 접근 중 어느 하나 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서로를 적절히 조화시킬 때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Presentation Insight
어떤 프레젠테이션에도 논리의 무게만큼 감성적 공감대를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발표자가 주는 신뢰감, 자료의 느낌, 가슴에 와 닿게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 등에서 청중은 깊은 공감을 하기 때문입니다.
청중은 감성적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것이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에 논리와 감성이 함께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