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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Jun 14. 2020

코로나19와 파워포인트 2


아직 학생인 딸 내가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파워포인트에 목소리만 포함된 온라인 강의가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나 들으라고 한 말이지만 마음이 뜨끔했고,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로 내가 그렇게 수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쇼 녹화 기능을 활용해 작업할 때, 하단에 교수자의 영상이 나오게 할 수 있지만 도대체가 영상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영상은 포기하고, 그 자리에 비교적 잘 나온 사진으로 대체하여 자료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딸에게 들은 말이 신경이 쓰여 마지막 수업은 내  얼굴  영상을 포함하여 강의 자료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익숙하지 않은 다른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은 엄두를 낼 수 없었고, 결국 파워포인트를 활용하기로 했다.      


첫 번째 슬라이드를 녹화하고 우연히 오른쪽 아래 제법 큰 박스로 만들어진 영상 부분을 클릭했는데, 도형처럼 선택됐고, 위치 이동과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영상 부분을 선택하면 비디오 서식 메뉴가 생성되고, 도형 서식과 마찬가지로 이미지 효과나 색상 보정이 가능했다.



나는 영상의 사이즈를 줄이고 동그란 모양으로 영상 주변을 흐릿하게 되는 효과를 선택하고, 색상 수정 기능을 통해 밝게 보이는 영상으로 세팅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보니, 내가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얼굴 영상이 들어간 화면이 됐다.     


그동안 영상을 포함하지 못한 파일을 올릴 때마다 느꼈던 찜찜함이 일거에 해소되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영상을 포함한 자료로 완성하고, 학교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올렸다. '진작에 그렇게 할 걸',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았다.


이제껏 나에게  파워포인트는 련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소프트웨어였지만, 지금부터 나에게 파워포인트는 역동적이고 세련된 영상 학습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저작도구이.

 


몰라도 되는 것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꼭 필요한 것으로 바뀌는 빠른 세상살이가 버겁다. '강한 자가 아니라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의 속도가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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