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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Apr 12. 2021

'코스모스'를 다 읽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다 읽었다. 내가 지금껏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 책이다. 무려 711쪽이다. 수 해 전에 유시민 작가 추천을 따라 ‘코스모스’를 구입했다. 늘 그렇듯이 앞부분만 읽고 말았는데, 이번에 완독을 한 것이다. 그것도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말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일이 많아 가장 바쁜 중에 책을 읽었다는 사실은 나 스스로에게 놀라는 사건이다. 평소 책 읽는 속도가 몹시 느린 내가 어떻게 많은 분량의 책을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1만 시간의 법칙에 있다. 1만 시간을 집중적으로 쓰지 않고서 어떤 일에서 성공하거나 탁월한 결과를 만든 경우가 없다는 것이 1만 시간 법칙의 요지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메시지이다. 그래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1만 시간 도전을 스스로에게 선언한다. 하지만 그러한 도전을 실천에 옮기고 성공했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그 이유는 1만 시간 법칙의 메시지를 잘 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 하루에 3시간씩 집중하는 것을 10년 이상 지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장되게 얘기하면 인간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물론 그런 일을 해낸 사람은 수없이 많다. 언뜻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지만 빠진 부분을 찾아내면 문제가 풀린다.     


1만 시간의 훈련을 해낸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한 것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안에 있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그 시간이 채워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만큼의 공부를 학교에 다니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싫든 좋든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그만큼의 공부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성공의 관점에서 보면 살면서 1만 시간의 훈련 기회를 얻는 것은 운이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운이 따르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1만 시간이 채워질 수 있는 환경 속에 자신을 스스로 밀어 넣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코스모스를 완독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서동아리에 나를 스스로 밀어 빠뜨렸기 때문이다.     



한 달 반 전에 코스모스를 함께 읽는 독서동아리 참여를 권유를 받았다. 당시는 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어 정신적 여유가 없는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내가 매일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것도 코스모스를?’ 아무래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중히 거절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거절을 한 바가 있고, 또한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영 ‘코스모스’를 읽지 못할 것 같은 압박감도 있었다. 결국, 하다 어려우면 포기하겠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 달(20일) 동안 정해진 하루 분량을 읽고 본인에게 의미 있는 3~5개 정도의 문장을 단톡 방에 인증 글로 올리고, 끝으로 짧은 독후감을 쓰는 것이 미션이다. 별도의 토론 시간없어 전반적으로 부담감이 적었다. 예치금 1만 원을 내고  정해진 기간까지 미션을 완수하면 예치금을 돌려주는 방식도 좋았다.



그렇게 코스모스 읽기를 시작했다. 우주에는 1천억 개의 별들을 포함하고 있는 은하가 1천억 개가 존재한다는 사실로 시작하는 우주 이야기는 우리가 전체라고 믿고 사는 지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이고, 인간 또한 하찮은 미물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고, 죽을 때까지 겸손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했다. 밤하늘에 별을 관찰하며 우주의 비밀을 캐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과학자들의 열정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했고, 시대를 앞서가며 비과학적인 전통적 관습 문화에 저항했던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응원하는 듯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으며 나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인간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동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우주를 탐색하는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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