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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Feb 04. 2022

나를 믿지 말아야 할 때


차량 내비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갑작스럽게 속도를 줄이는 행위는 운전에 방해되고, 사고를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측과 내비게이션을 통한 교통 정보는 오히려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된다는 측의 공방이었다. 나름의 논리를 펼친 토론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내비게이션은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고, 더 이상 내비게이션에 대한 찬반 토론은 없었다.     




이후 내비게이션 기술은 거듭 발전했고,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안전하고 정확하게 운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이 내비게이션을 믿고 운전하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가끔 내비게이션을 믿을 것인지 말 것인지로 고민하게 된다.     


얼마 전 지방으로 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켰다. 내가 생각한 길이 아닌 방향으로 길을 안내했다. 어찌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섰지만, 나는 내 생각대로 방향을 결정해 운전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내비게이션이 처음 안내한 길과 비교해 보았다. 약 8km를 더 주행했고, 15분가량의 시간이 더 소요됐다. 결론적으로 내비게이션을 무시한 나의 판단은 잘못됐다.

     

이 일로 나는 앞으로 무조건 내비게이션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다시 낭패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판단은 몇 번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판단력이 과거보다 저하되고 있다. 반면에 내비게이션은 기술 발달과 데이터의 축적으로 정확성이 나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비게이션을 믿지 않고, 나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운이 나쁘게, 나는 살면서 좋지 않은 경험을 누적해온 결과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에 대한 불만이 크고, 신뢰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전문가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쪽이 내가 판단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어리석게도 나의 판단을 따른 적이 많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은 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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