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길동 Mar 12. 2022

행복한 은메달


나는 거북이다. 나는 토끼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타고난 재능이 없다. 나는 토끼를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젊었을 때는 ‘토끼를 이기고 경주에서 우승할 것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제법 인생을 산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부터 나의 목표는 토끼가 쉴 때, 쉬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거북이가 되는 것이다. 그럼 동화 속 거북이처럼 토끼를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쉬지 않고 뛰어가는 토끼를 당할 재간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토끼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그건 진정한 승리가 아니다. 의미 있는 승리는 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던, 남들이 어떻게 보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항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간 선수 중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가 가장 불행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과 억울함에 마음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내 입장이 딱 그렇다. 나는 간절히 원하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에 불행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았다. 나는 메달에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기량은 없다. 이게 내 인생의 비극적 요소다. 나는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좌절하고 포기한 적이 많았다. 그땐 패배자의 심정으로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신포도 같은 금메달을 쫓기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한 은메달 인생을 완성해 볼 생각이다.



나는 삼류가 되는 것이 싫었다. 내가 나름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이유이다. 사실 나는 최고의 모습을 원했다. 하지만 일류가 되기에는 재능과 역량이 부족하여 쳐다만 보는 신세가 된 적이 많다. 그래도 높은 쪽을 바라보면서 달렸기에 그나마 이만큼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낮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쉽게 달성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 삶을 이끌어가는 힘은 높은 목표다. 나의 능력에 비해 높은 목표는 늘 버겁고 너무 멀리 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목표를 향하다 보면 목표 근처에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거북이도 괜찮고, 은메달도 좋다, 목표를 향해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했으면 잘 산 거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믿지 말아야 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