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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Oct 01. 2018

중이와 오이


나는 농구를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는 미친 듯이 농구를 했다. 하루에 2, 3 게임씩 하는 것은 다반사였고, 100점이 넘는 경기를 한적도 여러 번이다. 고3 때까지 농구를 하다가 결국 재수를 하게 다.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농구를 해왔다. 그렇게 젊은 시절의 한 구석은 농구로 채워졌다.



이제 쉰 살이 넘어섰고 농구시합에 참여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래도 마음만은 청춘이라 가끔 농구공에 바람을 넣고, 아파트단지 내 학교 운동장에 간다. 혼자서 이리저리 뛰며 폼을 잡기도 하, 골 목표를 정하고 슛을 던지기도 한다. 때론 반대편 골대 앞에서 어설프게 농구공을 던지고 있는 3명의 중학생들에게 2명씩 편을 먹고 시합을 하자고 꼬시기도 한다.

나는 셋 중 실력이 가장 부족해 보이는 친구와 팀을 이룬다. 상대팀의 누구를 수비할 것인지만 정하면 작전 완료다. 초반에 집중하여 앞서 시작하면, 우리 팀 멤버에게 슛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가능하면 방해받지 않고 슛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준다. 그럼에도 영 자신 없어한다.

"안 들어가도 돼. 그냥 던져~!"

상황에 몰려 자신 없게 던진 공이 골인이 되지 못한다. 그럼 나는 다시 기회를 준다. 다시 던진 공이 들어가면 스스로에게 놀라고, 그때부터는 자신감을 갖고 슛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짧은 시합을 마치고 

"너희들 몇 학년이니?"
"중이(중2)예요."
"나는 오이(52)야, 잘 놀았다."
"안녕히 가세요."

특히 내 편이었던 친구는 밝은 표정으로 인사한다.



부족한 사람들이 마음껏 슛을 던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두해 전 시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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